노회나 총회를 가보면 가장 빈번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유인물대로 받기로 동의합니다”이다. 회의 시간을 단축시키고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위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거의 모든 안건을 “유인물대로” 동의 재청을 얻어 하나마나한 회의가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회의의 안건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일에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노회장이나 총회장 등 선거가 끝났으므로 나머지 안건은 각 부서가 제출한 대로 알아서 할 일이요 나와는 상관없다는 의식이 문제이다.
둘째는 중요 안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어떤 정치 집단의 의도대로 결론지어 올라온 안건에 시비가 붙어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인물대로”를 동의하고 그냥 넘어가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안건은 주로 사람들이 거의 집에 가고 없는 마지막 날 끝판에 일어나기도 한다.
셋째는 “유인물대로” 동의하는 일이 어느덧 습관화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안건만 발의되면 초장부터 “유인물대로 받기로 동의합니다.”라는 말이 노회나 총회를 좌지우지하는 어떤 사람이나 그 측근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노회는 왜 모이는 것이고 총회는 왜 하는 것이냐 하는 물음이다. 노회나 총회는 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시간이다. 그런데 어느덧 회의는 뒷전이고 임원 선거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어 버렸고, 각 부서와 위원회의 자리다툼에 대한 권모술수는 점입가경이다. 그리고 이런 것에 정력을 다 소진한 후 진행되는 회의는 김빠진 콜라처럼 맛이 없고, 식어버린 커피처럼 내키지 않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노회나 총회는 회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유인물대로 받기로 동의합니다”라는 말은 나올 수가 없다. 왜냐하면 총대들 중에 유인물을 자세히 읽고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회의 시간만이라도 자세히 안건을 살피고 심도 있게 논의해 건설적이고 유익한 결론을 도출해 내야 한다. 그래야 비싼 돈을 들인 회의의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더구나 폐회 시간을 의도적으로 앞당겨서 마지막 순간에는 일사천리로 회의를 날림 처리해 형식만 남고 내용은 없는 노회나 총회가 계속되고 있다. “유인물대로”는 사라져야 할 구태가 아닐까.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