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의 할례 논쟁
“네가 율법을 행하면 할례가 유익하나 만일 율법을 범하면 네 할례는 무할례가 되느니라”(롬 2:25).
율법을 범하면 할례가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할례가 언약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언약이란 상대적인 것이며, 일방의 불이행으로 파기될 요소가 내재해 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언약 그 자체는 영원하지만, 가변적인 인간과 맺으셨기 때문에 인간이 언약의 내용을 불이행한다면 할례의 효력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즉 인간이 하나님께 순종하기로 헌신할 때 언약은 유효하지만,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회개하지 않는다면 언약은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구약의 모든 내용을 유대인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할례가 유대인을 구원해 줄 수 있는 증거가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미쉬나에는 할례가 마치 구원의 능력이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구절이 있다. 할례는 무조건적인 구원의 표가 아니라 언약을 근거로 한 상대적인 것이다. 할례는 어떤 의미에서 권리가 아니라 오히려 율법 전체를 행할 의무가 된다(갈 5:3).
그렇다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할례가 무효가 될 것이며 다음에 하나님 백성의 자격도 박탈당할 것이다. 할례가 무효가 된다는 말은 도로 무할례자와 같이 되고 만다는 뜻이다.
반대로 무할례자가 율법을 지키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사도 바울은 율법을 지키는 무할례자를 차라리 할례자로 간주하며, 또한 할례자이면서 율법을 지키지 않은 유대인들을 정죄하리라고 설명하고 있다(롬 2:26-27). 이는 유대인들에게 엄청난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위치가 뒤바뀌어 자신들은 심판받고 무할례자들이 오히려 자신들을 판단하리라는 것은 충격적인 선언이다. 할례의 목적은 할례를 받은 자들이 자신들이 하나님께 속한 자임을 늘 기억하면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도록 하려는 것이다. 할례는 무조건적인 구원의 담보가 아니라 사람을 하나님께 순종케 하는 길잡이의 역할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율법을 온전히 지킨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율법을 온전히 지키는 것은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일인 것(갈 5:3, 약 2:10) 같은데 바울 사도는 왜 그렇게 표현했는가? 이 내용의 핵심을 말한다면 구약과 신약을 통틀어 온전한 믿음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할례 문제는 교회사 최초의 중요한 문제였다. 사도행전을 보면 할례받지 않은 이방인 개종자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할례가 문제로 대두(행 10:15)했음을 알 수 있다. 특별히 유대 그리스도인들이 이방의 그리스도인들도 모세의 율법대로 할례를 받아야 구원받는다고 주장함으로써 안디옥 교회에서 촉발된 그리스도인들끼리의 다툼과 변론은 교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교리적 논쟁이 되었다(행 15:1-2). 바울과 바나바는 이들과 심각한 논쟁을 벌였다. 결국 안디옥 교회는 바울과 바나바 그리고 몇몇 신자들을 예루살렘에 보내 이 문제에 대한 교회의 결론을 유도하고자 했다. 따라서 초대교회의 대표적 지도자와 선교사들이었던 베드로, 요한, 야고보, 바울, 바나바 등이 모두 이 문제에 직면했고 이 문제를 우선 해결하려고 했다.
오상철 장로
<시온성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