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시고자 이 땅에 왔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하나님 나라를 내가 직접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 하나님 나라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신다. 그 시작은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체험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런데 내가 ‘하나님의 나라’를 처음 체험한 것은 교회 예배당이 아니라, 위험과 긴장으로 가득한 다양한 재난 현장이었다. 소방공무원으로, 그리고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순간의 판단과 행동이 생사의 갈림길이 되는 그곳에서 나는 자주 하나님의 지키고 인도하신 은혜의 손길을 깨닫게 된다. 겨울비가 내리는 야심한 시간에 119신고를 받고 새벽의 시내도로를 질주하는 긴급출동의 시간에서 언제나 주님께 “주님, 지금 이 순간 함께하소서.” 간절히 기도한다. 짧은 기도 속에 들려오는 내면의 평안은 그 어떤 좋은 장비나 훈련의 효과보다도 큰 힘이 되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그 사건, 2018년 4월 13일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동의 통일공단에 위치한 ○○화학공장 화재는 당일 현장대응단장이 휴가 중이라 대직으로 근무 중에 구내식당에서 점심 먹다가 불시 지령방송으로 긴급출동했다. 5km 전방에서도 시커먼 먹구름이 하늘 높게 보일 정도였고 소방차 호송해서 선두로 달리는 우리 지휘차의 무전방송에는 소방본부 119상황실로부터 이미 비상대응2단계 발령을 알리면서 상황이 급박하고 특수대형화재임을 직감했다. 현장지휘관으로서 복잡한 위기상황 수습현장 상황에서 냉철한 이성과 침착한 판단력이 중요한 역량인바, 긴급출동 중에도 모든 출동대원에게 현장 안전관리와 함께 1착대와 2착대의 소방대 임무와 역할을 무전으로 전파했다. 화재현장인근 약 100미터 전방에 지휘차를 주차한 뒤 좁은 도로상에 흐르는 유류화재로 좌우양면 주차된 승용차 19대가 폭발하는 전쟁터를 지나 화점(火點)까지 뛰어서 도착했다. 바로 그때 눈앞에는 후진하던 소방차가 도로에서 용광로처럼 전소(全燒)되는 광경이었는데 우리 대원의 생사(生死)를 생각하니 아찔했고, 막다른 골목 안에 선착(先着)한 또 다른 소방차 소식은 거센 불길로 인해 처음에는 깜깜이라 4명의 대원과 지금 눈앞의 불타는 소방차 운전자를 포함해 ‘5명의 순직’ 상황을 직감했다. 바로 ‘비상대응 3단계’ 발령을 무전으로 모든 소방대원들에게 전파하며 지휘관으로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이를 막을 특단의 대책이 없었고 인간으로서 한계를 느껴야만 했다. 그때 하나님의 자녀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기도였다. 짧지만 간절히 기도했을 때 주님은 그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사 1명의 발목골절 부상 외에는 추가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 되게 하셨다. 당시 ‘나의 공직자의 생명도 끝이구나’ 예측이 뇌리(腦裏)를 스쳤지만 사건이 무난히 수습되는 기적을 체험하게 되었다.
김성제 시인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재난과학박사, 우리응답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