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넛지’(nu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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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대학의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며 ‘행동경제학’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저서 《넛지(Nudge)》에서 넛지란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라는 뜻으로, 강요나 규제 없이 타인의 선택을 부드럽게 유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넛지의 대표적인 예로, 전력 절감을 위해 계단을 피아노 건반처럼 밟으면 소리가 나도록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소리가 나는 이 유도 장치 덕분에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했고, 이용률은 66%나 증가했습니다. 또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남자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그려놓아 소변이 튀는 것을 80%나 방지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처럼 넛지는 강요 없이 작은 유도로 행동 변화를 끌어내는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입니다.

우리 삶에도 이런 넛지가 작동합니다. 다만, 그것은 사람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옵니다. 악기를 타며 찬양하던 다윗은 사울 왕의 위협을 피해 블레셋 땅으로 망명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아기스 왕을 만났을 때 심히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힙니다. 이 두려움이 하나님께서 다윗의 옆구리를 슬며시 누르는 ‘넛지’가 되었고, 결국 다윗은 고립된 장소인 ‘아둘람 굴’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절망과 고립이 예상되었던 아둘람 굴(피난처)에는 뜻밖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울의 견제를 피해 온 다윗의 가족은 물론 환난당한 자, 빚진 자, 마음이 원통한 자 등 약 400여 명이 그에게 모였습니다. 절망의 현장에서 다윗은 사람들을 얻었고, 궁극적으로 주님만이 자신의 피난처임을 고백합니다. 이 아둘람의 경험이 다윗 인생의 전환점이 됩니다. 그 이전까지는 자신의 판단에 의지해 살아왔지만, 이곳을 기점으로 주님의 뜻을 찾고자 노력합니다. 이후, 다윗은 난공불락의 요새인 모압의 미스베(전망대)로 부모님을 모시고 갑니다. 안전한 곳이지만, 그는 하나님의 뜻을 알기까지 여기에 머물겠다고 선언하며 순종의 자세를 보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막혔던 사울은 인간적 판단에만 의지하다 실패했습니다. 반면 다윗은 하나님의 작은 신호에 반응하며 변화했습니다. 우리가 운전할 때 차에서 울리는 경고음을 딴생각으로 놓치듯, 관심이 없으면 하나님의 음성도 들리지 않습니다. 계단을 피아노 건반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선택을 바꾼 것처럼, 하나님도 우리 삶에 섬세한 신호를 보내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신호에 귀 기울이는 민감함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어떤 것을 ‘넛지’ 하시는지 분명하게 알아가야 할 것입니다.

김한호 목사 

<강원노회 노회장•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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