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설 때의 풍습

Google+ LinkedIn Katalk +

2026년 달력으로 2월 17일이 설이다. 입춘과 우수 사이에 있다. 금년에도 귀성객의 차량으로 고속도로가 복잡할 것이다. 서울 시민들의 절반 이상이 3대만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다 시골(지방) 출신이다. 그래서 고향을 찾아 뿌리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어떤 이는 설을 구정(舊正)이라고도 한다. 양력설과 음력설이라고도 한다. 설날은 음력 1월 1일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날에 설을 지내왔다. 하지만 1910년 한일병합으로 ‘설’이란 이름은 우여곡절을 겪게 되었다. 일제는 우리 문화와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우리의 고유 명절을 부정하고 일본 명절(양력 1월 1일/新正)만 쇠라고 강요했다. 특히 우리나라 설을 ‘구정’(舊正/옛날 설)이라고 폄하하면서 양력설(新正)을 강요했다. 일본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음력을 버리고 양력만 사용했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따랐다. 일제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음력설을 ‘민속의 날’로 부르는 등 곡절을 겪었다. 1989년에서야 정부는 음력설을 설이라 명명하고 사흘간 휴무를 주는 대신 양력설엔 하루 휴무를 정했다. 우리나라에선 원래 ‘신정’이나 ‘구정’이란 말이 없었다. 

중국은 음력으로 설을 춘절(春節)이라 해 크게 쇠고 있다. 같은 동양권이지만 이렇게 한, 중, 일이 다르다. 예컨대 동양 3국의 정서적 특징을 보아도 한국엔 정(情), 중국엔 관시(關係), 일본은 화(和)로 덕목(德目/virtue)을 삼는다. 물론 이것을 잘못 적용하면 악덕(惡德/vice)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인들의 관시(關係)는 관심을 주고받는 사이(caring mind)를 의미한다. 서로 챙겨주는 사이, 관심을 갖고 대하는 사이다. 한국의 정(情)은 나누는 관계다. 구분하고 끊는 것보다 나누고 이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면 덧정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온정주의는 때로 경계선을 흐리게 해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본의 화(和)는 전체를 중심으로 서로 묶어주는 것이다. 이 화(和)는 둥글고 균열이 없음을 의미한다. 빠져나오거나 다투는 것을 금기시한다. 

일본에서는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고 인내하는 것을 구성원의 첫째 덕목으로 삼는다. 불화(不和)하면 배신자가 된다. 설 명절을 맞이해 우리 조상들은 이 절기에 어떻게 살았으며 설날 준비를 어떻게 했는가를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1786-1855)가 쓴 농가월령가 정월령을 통해 알아보기로 한다. ②정월은 초봄의 시작으로 입춘(2월 4일)과 우수(2월 19일)의 절기로다. 산속의 골짜기에 눈과 얼음 남았으니 평평한 너른 들에 구름 빛이 변하도다./어화 영원하신 우리 주상, 백성을 사랑하여 농사 중히 여기시고, 간절하게 농사에 힘쓰라는 말씀을 지방의 곳곳마다 널리 펴서 알리시니, 아무리 무지한들 슬프다 농부들아, 네 몸이 화려하면 가르침을 어길쏘냐. 산의 밭과 물의 논을 절반씩 나누어서 힘대로 할 것이라. 한 해 동안 풍년 흉년 미리 경험하기 측량하지 못하여도 사람 힘을 극진하게 다한다면, 하늘의 재난을 면하리니 제각각 격려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 한해의 계획은 봄에 미리 세우느니, 모든 일을 미리 하라. 만일 봄에 때 잃으면 한 해를 마칠 때면 일이 모두 낭패되네. 농기구를 다스리고 농사 소를 살펴 먹여 재와 거름 재워놓고 한편으로 실어 내어 봄가을의 보리밭에 오줌으로 거름주기 설 쇠기 전부터 힘써 하소. 늙은이 근력 없어 힘든 일 못해도 낮이면 이엉 엮고 밤이면 새끼 꼬아 때맞춰 지붕이으면 큰 근심 덜 것이다. 과실나무 보굿 깎고 가지마다 돌 끼우기./정월 초하루 날이 밝지 않은 때에 시험 삼아 하여보세. 며느리는 잊지 말고 소국주를 밑술해라. 봄 석달 온갖 꽃이 피어날 때 꽃 앞에서 한바탕 취해보세. 대보름날 달을 보면 그해의 홍수와 가뭄을 안다 하니 늙은 놀부 경험으로 대강은 짐작하여 정월 초하루에 세배함은 인정이 두터운 풍속이라. 새로 의복 떨쳐입고 친척과 이웃들을 서로 찾아 남녀노소 아동까지 삼삼오오 다닐 적에 워석버석 떼를 지어 울긋불긋 색깔이다. 사내 애들 연날리기, 계집아이 널뛰기요, 윷놀이서 내기하기 소년들의 놀이로다. 사랑의 인사를 올리노니 떡국에 술과 일이 제물이다. 미나리와 움파를 무순에 곁들이면 보기에 신선하니 오신 채를 부러워하랴. 대보름날 약밥 제도 신라적의 풍습이라. 묵은 산나물 삶아내서 고기 맛과 바꿀소냐. 귀 밝히기 좋은 약술 부스럼 삭혀주는 날밤이다. 먼저 불러 더위팔기 달맞이 횃불 켜기, 내려오는 풍속이요 아이들의 놀이로다. 그만두고 두어라. 내년 정월 다시 보세(농가월령가/정월령).

김형태 박사

<더드림교회•한남대 14-15대 총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