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절대 의지하면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도 평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간성혼수로 입원했다가 증세가 호전된 어느 날, 창밖 자동차의 흐름과 소음이 활기로 느껴졌다. 레지던트 주치의에게 외출 허락을 요청했다. 이유를 묻는 그에게 새 안경을 맞추어야겠다고 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죽음이 생명을 희롱하는 판에 오래 살 자신이나 있는 것처럼 새 안경을 하려느냐는 물음이 그의 표정에 역력하다. 간청에 못 이겨 허락하는 그에게 나는 확신의 답을 주었다.
“이번에 안경을 하면 오래오래 쓸 거예요.”
그리고 잠시 집에 들르러 간 아내에게 남대문 시장에서 만나자고 전화했다. 무슨 일이냐고 의아해한다. 환자복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것만으로도 병이 완쾌된 느낌이다. 복수로 무거운 몸을 휘적이며 병원을 나섰다. 아, 갑갑한 병실로부터의 해방감이여! 택시는 반포대교를 건너 용산 미군 부대 사잇길을 달리더니 골목길을 구불구불 치고 올라 어느새 남산도서관 앞길로 들어선다. 처음 와보는 길이다. 차 안에 앉아 마치 외국 여행이라도 나온 듯 연신 신기한 눈길로 창밖을 바라본다. 나는 지금 더 밝히 세상을 보고자 안경을 하러 간다.
‘어떡하든 병을 극복하고 이 세상을 오래오래 지켜보자.’
‘이제 세상만 보지 말고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도 볼 수 있는 눈을 열자. 상처받고 고통받는 자들이 너무 많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택시에 앉아 있었다.
김은진 목사
•홀여성선교회 회장
•마곡성은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