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신학 없는 스크린의 만행

Google+ LinkedIn Katalk +

현대 교회의 예배당에서 스크린은 빼놓을 수 없는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예배당의 대형 스크린은 본래의 보조적 역할을 넘어 예배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예배 도중 회중석에 앉은 교인들의 얼굴을 수시로 비추는 행위다. 찬양하면 찬양대를 비추고, 악기를 연주하면 카메라가 연주 모습을 따라간다. 

예배는 인간이 주인공이 되어 서로를 관찰하거나 감상하는 시간이 아니다. 사전 동의 없이 특정 개인의 기도하는 모습이나 눈물 흘리는 표정을 클로즈업해  생중계하거나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것은 명백한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 방송 담당자가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한다는 명목 아래 교인들의 사적인 예배의 순간을 공적 공간에 노출하는 행위는 예배자를 관찰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시선을 하나님으로부터 분리시켜 인간적인 구경거리로 돌리는 방해 요소가 된다. 교인들은 언제 스크린에 비칠지 모른다는 의식 때문에 하나님께 온전히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외양과 표정을 단장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된다.

예배 방송은 일반 세상의 예능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중계와는 목적부터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회의 영상실이 신학적 고민 없이 세상의 방송 기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화려한 카메라 워킹, 감정을 자극하는 편집, 설교의 맥을 끊는 불필요한 장면 전환은 예배를 하나의 공연이나 시청각 콘텐츠로 전락시킨다. 

영상 담당자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예배의 거룩함을 수호하는 영적 파수꾼이어야 한다. 세상의 방송은 시청률과 몰입도를 위해 자극적인 연출을 지향하지만, 예배 영상은 철저히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만남을 돕는 겸손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신학적 근거가 결여된 영상 기술은 예배의 신비감을 파괴하고, 회중을 능동적 예배자가 아닌 수동적인 관객으로 머물게 만든다. 

방송실이 예배의 흐름을 주도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크린의 빛이 밝아질수록 회중의 영혼은 오히려 시각적 자극에 매몰되어 어두워질 수 있다. 기술적 완숙도보다 중요한 것은 이 영상이 회중의 마음을 십자가로 향하게 하는지, 아니면 스크린 속 이미지에 머물게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다.

교회는 영상실에 대한 신학적 교육과 지침을 강화해야 한다. 예배의 주인공은 스크린 속 화려한 얼굴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한 분뿐임을 기억하며, 스크린의 유혹에서 벗어나 예배의 본질적인 거룩함을 회복해야 한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