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상 급매합니다.” “예식장에서 정품 확인 다 했고 구청 등록까지 확실히 마친 완제품입니다. 그때 분명 눈부신 최고의 A급이었음.” 광고내용이다.
A급이라 결혼했다. 그런데 웬걸, 살고 보니 ‘에이에이(AA)’급이다. ‘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에이에이’급 말이다. 연녹색 싱그러움이 가득한 4월인데도 내 속을 시커멓게 타들어 가게 만드는 애물단지다. 사람 마음 참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꽃바람 살랑대는 봄이라 그런지, 담장 너머 새로 돋은 잎사귀처럼 싱그러운 ‘새 모델’이 자꾸 눈에 밟힌다. 저 집 남편은 듬직한 소나무 같고, 앞집 아내는 화사한 벚꽃 같다. 연인들도 시샘할 이 화창한 봄날에 낯선 유혹이 달콤한 꽃향기처럼 다가온다. 수십 년 같이 산 내 배우자는 당장 대형 폐기물 스티커 붙여서 내놓고 싶은 고물이다. 봄바람 따라 ‘기기 변경’하고 싶은 충동이 꿈틀댄다. 하지만 꿈 깨라. 그게 다 ‘헛된 망상’이다.
호기심으로 새 모델 덜컥 들여본들, 몇 개월 지나면 똑같이 고물이 된다. 삐걱거리고 소음이 난다. 이 사람 보내면 저놈 오고, 이짝 가고 저짝 와도 결국 그놈이고 그년이다. 오히려 신상 기계는 매뉴얼 공부 새로 해야만 한다. 길들이기도 전에 내 진이 먼저 빠진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교환 비용(위자료)에 집안 기둥뿌리 다 뽑힌다. 인생 후반전에 거덜나고 싶지 않으면 제정신 차려야 한다. 사실 지금 나와 같이 있는 모델이 나에게는 ‘세상 단 하나뿐인 맞춤 명품’이다. 천둥 같은 내 코골이를 자장가로 들어주고, 내 까칠한 성깔머리를 군말 없이 받아준 전용 스펀지다. 밖에서 찾은 신제품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수십 년간 내 몸에 맞춰진 이 ‘익숙함의 안락함’은 절대 복제할 수 없다. 4월의 연녹색 잎들이 비바람 견디며 단단해지듯, 부부도 서로의 손때와 땀방울이 묻어야 비로소 진국이 우러난다.
인생 고수는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4월의 화창한 날씨에 반품 고민으로 허송세월하지 마라. 그 열기를 사랑의 온도로 치환해라. 기계가 삐걱거리면 ‘칭찬’이라는 기름을 쳐라. 먼지 앉으면 ‘사랑’의 수건으로 정성껏 닦아 내라. 낯선 유혹에 홀려 보석을 돌멩이와 바꾸는 팔불출이 되지 마라. 제조사(처가·시댁)에서도 이미 ‘부품 단종 및 수거 거부’ 판정을 내린 지 오래다.
오늘 슬쩍 손잡으며 한마디 건네 보라. “여보, 살다 보니 에이 에이라더니, 역시 당신이 내 인생 최고의 A급이야!”
반품 생각 딱 접고 다시 봐라. 4월의 연녹색 그늘 아래 졸고 있는 이 사람이 안성맞춤, 천생배필이다. 구관이 명관이다. 덧없는 인생의 마지막 장 끝날까지. 그래도 당신, 어쨌거나 당신, 뭐라 해도 당신뿐. “여보 사랑해.”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