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어린이주일에 되새기는 신앙 전수의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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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입니다. 교회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문득 지난 초봄 대구 도심을 뜨겁게 달구었던 마라톤의 현장을 떠올려 봅니다. 4만 명의 주자가 내뿜던 열기보다 필자의 마음을 더 강하게 흔들었던 것은, 주자들의 뒤를 묵묵히 쫓던 ‘제한 시간(Time Limit)’의 엄중함이었습니다. 

마라톤에서 제한 시간은 자비가 없습니다. 그 시간이 지나는 순간, 경찰의 통제는 풀리고 멈춰 서 있던 자동차들이 아스팔트를 다시 점령합니다. 아무리 완주 의지가 넘쳐도, 아무리 눈물겨운 노력을 다하고 있어도, 제한 시간이 지나면 그 길은 더 이상 달릴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이 냉정한 원칙 앞에서 필자는 오늘날 우리 가정과 다음세대의 신앙 교육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린이주일을 맞이하며 우리가 직시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신앙 형성에도 분명한 ‘제한 시간’이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품 안에서 신앙의 언어를 배우고,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기도를 체득하는 지금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입니다.

세상이라는 거센 자동차들—세속적 가치관, 입시 위주의 경쟁, 미디어의 유혹—이 아이들의 마음 주로(走路)를 점령하기 전까지가 우리가 복음의 손을 잡고 함께 달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나중에 철들면 잘 믿겠지”, “대학 가면 여유가 생기겠지”라는 안일함은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채, 어느새 아이들을 세상의 ‘회수 버스’에 태워 보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신앙 전수의 기회를 찾으려 해도, 이미 세상의 흐름에 점령당한 도로 위를 다시 달리는 것은 수천 배의 고통과 노력이 뒤따르는 법입니다.

당시 대구마라톤이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주자들이 더 안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코스 자체’를 평탄하게 개선했기 때문입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부모와 교회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신앙의 완주를 마칠 수 있도록 가정이라는 ‘사역의 주로(走路)’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먼저 말씀의 노면을 평탄하게 닦고, 교회에서 장로님들이 적극적인 지원과 사랑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낼 때, 아이들은 세상의 거친 풍파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교회는 내가 마음껏 숨 쉬며 달릴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느낄 수 있는 영적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제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가 낡은 방식만 고집하며 길을 보수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결국 세상의 거친 도로 위에서 길을 잃고 말 것입니다.

“도로 통제 해제까지 남은 시간 30분.” 마라톤 중계차에 붙은 이 문구는 우리에게 불안과 조바심이 아니라, 기회와 사명이어야 합니다. 한 명의 아이라도 더 그 ‘안전한 믿음의 길’ 안에서 주님을 만나게 하는 것, 세상의 물결에 떠밀리기 전에 복음의 주로 위에 세우는 것, 이것이 이 시대 우리 장로님들과 목회자들에게 맡겨진 가장 시급한 목양의 본질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기도하실 때 그들의 남은 시간을 계산해 보십시오. 아직은 우리가 길을 터줄 수 있고, 아직은 함께 달릴 수 있는 은혜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가정의 달,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세상의 자동차들이 들어차기 전에, 다시 한번 복음의 신발 끈을 고쳐 매고 그들과 함께 달려갑시다.

시계는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 길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이요셉 목사

<대구평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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