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이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통계청의 2025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한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시대가 된 것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정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선거에서 노인 유권자의 비중이 커지고, 실제 투표장으로 향하는 비율도 높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70대 투표율은 75.3%, 60대는 70.5%였다. 반면 20대와 30대 투표율은 30%대에 머물렀다. 2024년 국회의원선거에서도 70대 투표율은 84.7%, 60대는 82.0%로 나타났다.
2025년 대통령선거 역시 70대 87.8%, 60대 87.3%로 매우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선관위가 65세 이상을 별도 단일 항목으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60대와 70대의 높은 투표율은 노년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기초연금, 노인일자리, 돌봄, 교통비, 의료비 지원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인 유권자가 많고, 투표율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약의 양이 아니라 내용과 지속 가능성이다.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약속은 많지만, 재원과 실행계획이 분명하지 않으면 복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노인복지정책은 단순한 혜택이 아니다.
노인은 산업화와 민주화, 가정과 지역사회를 떠받쳐 온 세대다. 따라서 노인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며, 세대 간 계약의 문제다.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노인빈곤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나라로 분류된다. 공적 연금 지출도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노인 공약을 무조건 확대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필요한 곳에 정확히 지원하고,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는 돌봄을, 일할 수 있는 노인에게는 건강한 일자리를, 빈곤 노인에게는 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건강한 노인과 취약한 노인을 구분하지 않는 일률적 정책은 효과가 떨어진다. 지방선거는 노인복지와 더욱 밀접하다.
노인복지관, 경로당, 치매안심센터, 노인일자리, 방문돌봄, 교통지원, 급식지원은 대부분 지역 행정과 연결되어 있다. 누가 시장, 군수, 구청장이 되느냐에 따라 노인의 생활은 실제로 달라진다. 지방의원 한 사람의 관심에 따라 경로당 냉난방비, 이동지원, 돌봄서비스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어르신들의 한 표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지역의 복지 수준을 결정하는 사회적 책임이다. 정당의 색깔이나 지역감정만 보고 투표할 것이 아니라, 후보가 노인복지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공약에 재원 계획이 있는지, 취약계층을 먼저 돌보는지, 청년세대와의 형평성도 함께 고려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는 단지 예의를 지키는 사회가 아니라, 약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다. 그러나 성경적 공경은 무책임한 퍼주기가 아니다. 공의와 사랑이 함께 가는 돌봄이어야 한다.
노인의 삶을 진정으로 돌보는 후보, 지역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후보, 세대 간 갈등이 아니라 세대 간 연대를 세우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노인의 한 표는 과거를 지키는 표가 아니라 미래를 세우는 표가 되어야 한다. 투표장으로 향하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지역복지의 수준을 높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용창 장로
<사회복지칼럼리스트, 제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