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한국교회] 수니파와 현대 모로코의 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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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까지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모로코인

수니파 교도는 마호메트의 일족인 쿠라이시 부족 출신이 칼리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반면에 혈통에 상관없이 사실상의 칼리프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을 허용할 정도로 융통성 있는 선발론을 하고 있었다. 수니파와 다른 파벌 간에 존재하던 정신적·정치적 권위에 대한 견해 차이는 칼리프 제도 자체가 종식된 13세기 이후까지도 확고하게 남아 있었다.

수니파는 다수 사람의 견해와 관습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변 집단의 시각과 구별된다. 수니파 교도에 의해 발전된 의견수렴제도는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발생했지만〈꾸란〉에 기원을 두지 않은 다양한 관습과 관행들을 통합할 수 있게 했다. 수니파는 6가지의 하디스(마호메트의 언행에 관한 전승) 책을 ‘믿을 만한’ 것으로 인정하며 수니파 이슬람 교도의 4개 법학파 중 정통파만을 인정하고 있다. 20세기에 수니파는 이란과 이라크(때에 따라서 예멘도 포함됨)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이슬람 교도의 대다수를 형성했다. 그들의 숫자는 1980년대에 3억 6,0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슬람 교도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수니파 무슬림은 공통의 믿음을 공유하고 있지만 모로코의 이슬람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것이 있다. 역사가들은 이러한 특징이 이슬람교와 이슬람교 이전의 베르베르인의 전통 종교가 만나서 타협한 결과라고 본다.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은 바라카와 마라부트이다. 바라카는 축복, 거룩함, 또는 영적인 힘 등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리킬 때도 있다. 모로코인에게는 알라가 특정한 개인에게 바라카를 부여한다고 믿는다. 바라카는 여러 방식으로 계승될 수 있으며, 남성 직계 후손에게 전해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들은 마호메트를 최고의 바라카를 가진 사람으로 보고 있으며 그의 남자 후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바라카를 지닌 것으로 본다. 바라카는 한 개인의 능력, 복, 영적인 힘을 통해 나타난다. 모로코인은 바라카를 많이 가진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모로코의 역사에 등장하는 사람은 위대한 바라카를 가진 사람으로 보고 이를 마라부트라고 부른다. 기독교의 성자와 유사한 명칭이다.

이들은 살아있는 동안 존경의 대상이며 모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 마라부트가 사망하면 그의 유골은 영적인 힘을 일부 발산한다고 한다. 이들의 유골은 사당 안에 위치하는데 이런 사당을 마라부트라고 한다. 마라부트는 작은 돔이 있는 신전형의 구조물로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개인들은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 그리고 은총과 축복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마라부트를 순례한다. 특히 불임 여성은 아이를 갖기 위해 순례한다.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흔하다. 모로코인들은 이슬람의 운명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위치를 쉽게 받아들이고 운명을 개척하려는 의욕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운명론의 뚜렷한 영향이다. 모로코인의 운명론은 계급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고 계층간의 구별은 별다른 긴장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들은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소기천 박사

<장신대 성서신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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