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수상] 통찰하라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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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어떻게 같은 걸 봤는데 저렇게 감흥이 없을까. 당신 머릿속엔 늘 공장 생각뿐이죠?”
민망하고 미안했다. 아내의 말에 반박할 수 없어 더욱 그랬다. 실제로 당시 새롭게 개발을 시도 중이던 제품에 대한 생각을 짜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을 한두 번 당해본 게 아닌 아내는 서둘러 외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안했지만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사실 그때 여러 가지 생각 중에 또 다른 연구방법이 번뜩 떠올랐고 얼른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내에게 핀잔을 듣고 공장으로 돌아간 나는 종이쪽지에 메모해 놓은 것과 머릿속에서 한창 그려가고 있는 생각을 현실에 옮겨 실험 개발을 시도했다.
“좋았어. 완벽하진 않지만 지난번보다 더 좋은 결과야.”

스스로 만족해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맘 놓고 웃을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연구 개발을 계속 이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함께 경험이 차곡차곡 쌓인다. 에디슨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를 발견하는 것처럼 제품이 개발될 때 피해야 할 방법을 알게 되는 셈이다. 그 한편으론 성공에 다가가는 방법도 터득함으로써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 그것이 통찰력 있는 깨달음으로 툭 튀어나오리란 믿음이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라 일컫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인 동시에 건축가이자 과학자였던, 다재다능한 예술가였다. 그는 인체에도 큰 관심을 갖고 해부학과 같은 공부를 계속했는데, 그러는 와중에 밸브시스템을 만들게 되었다. 우리 몸속 피가 심장에서 모세혈관까지 흐르는 모든 과정을 깊이 연구하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밸브시스템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한 결과가 아닌, 그저 경험과 지식을 쌓고 탐구하면서 얻어진 통찰의 선물이었다.
나 역시 부족하나마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에 매달렸다. 어느 날 새벽기도를 드리러 일어났더니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직원들과 토론을 하면서도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곧바로 개발에 반영되었고 활용되었다. 제품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업그레이드되어갔다.
회사의 리더로서 내가 해야 할 일에는 적극적인 홍보도 있었다. 동국전자를 창업한 뒤 나는 개발실에 머물러 있는 시간과 비례하게 거래처 직원들과의 소통 시간도 늘렸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써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니 그때그때 반응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했다.

“이번에 우리가 업그레이드해서 만튼 패킹입니다. 한번 봐주세요.”
“그래요? 지난번과 어떤 점이 달라진 거예요?”
“부품을 좀 더 좋은 성능으로 바꿔봤어요. 저희가 사용해보니까 조립이 많이 쉬워졌어요.”
“성능이 중요하죠. 한번 사용해볼게요.”
계속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업계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다 보니 거래처의 의견을 꼼꼼히 챙길 수 있었고 그들이 원하는 니즈를 파악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강 사장님, 지난번 주셨던 부품 말이에요, 써보니까 성능이 개선되었고 조립도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제품을 만들려면 조립 과정이 수월해야 하잖아요.”
“그렇죠. 기술은 단순한 게 좋으니까요.”

강국창 장로
• 동국성신(주) 대표이사
• 가나안전자정밀(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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