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수상] 패러다임을 바꿔라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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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너무 촉박하게 일하는 거 아니냐, 물건 쌓아놓는 게 당연한데 왜 우리만 그렇게 하느냐 등등 여러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거래처와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토론하고 설득했다.
“중소기업이 지닌 최고의 강점은 신속함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동국전자는 이미 수십 년 역사를 지닌 기업입니다. 그만큼 기술 노하우가 쌓여 있고 생산 능력도 갖춘 회사라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겁니다. 한번 바꿔봅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봅시다.”

마지막으로 경영 측면에서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했다. 날마다 발전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없는 기업은 오래갈 수 없다. 애초에 이 회사를 시작할 때부터 기업 최고의 가치로 여긴 것이 부품 개발을 통한 기술 보국인 만큼 연구 개발(R&D)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정상화되기까지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는 사실상 어려웠다. 회사의 대표로 기본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어야 했고 특히 인건비를 책임져야 했기에 연구 개발 비용을 투자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회사가 안정되면서 자동화와 신기술 개발에 과감히 투자한다는 패러다임을 고수했다. 2년 동안 들어갈 인건비와 대체되는 설비투자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처음엔 직원들도 동요했지만 공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을 진정시키고 설득해가다 보니 과연 변화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스트 인 타임’의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거래처에는 약속을 지키는 기업, 무조건 기한을 맞춰주는 회사로 인정과 신뢰를 받게 되었다.
또한 무창고주의를 고수하면서 여기저기 새던 재정이 모였고 처치 불가능한 천덕꾸러기로 제품 가치가 하락하는 일도 없어졌다. 동시에 바이어나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부품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제품의 다양화도 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자 회사는 성장하기 시작했다. 구조적 변화가 성과를 내자 나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1983년 동국전자를 창업한 후 1990년대 국내 공장 네 곳을 짓고 2000년대 해외 네 곳에 해외 공장을 지어 회사를 경영해 오는 동안 이 패러다임은 유효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언젠가 이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주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어쩌면 그 시기가 아주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언제든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강국창 장로
• 동국성신(주) 대표이사
• 가나안전자정밀(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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