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그리스도인의 ‘금의환향(錦衣還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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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향, 경기도 광주군 남종면 분원리 마을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교회가 있으니 1898년에 세워진 『분원감리교회』로 지난 5월에 창립 122주년기념 감사예배를 드린 바 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1898년이라는 시점이 너무도 까마득한 옛날이어서 시간적인 개념을 가늠하기 쉽지가 않다. 다만 역사적 사건이나 유명기관의 설립 연도와 비교해보면 그 흘러간 세월의 역사를 소급 비교해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회인 『정동감리교회』와 『배재학당』이 설립된 것이 1885년이요, ‘을사보호늑약’과 『고려대학교』 전신인 『보성전문학교』가 세워진 것이 1905년이며 『연세대학교』 전신인 『연희전문학교』가 개교된 것이 1917년이니 작은 시골동네인 ‘분원’마을에서 교회가 설립된 것이 『정동감리교회』보다 13년 뒤이고 『보성전문』보다 7년을 앞섰으며, 『연희전문』보다 근 20년이나 먼저였다는 사실은 실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 시골 교회치고는 큰 규모(약 50여 평)의 한옥으로 건축된 『분원감리교회』의 건물은 6.25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되어 민혜림 여목사가 담임으로 시무하던 1980년대 중반에 새로 지어졌다. 1993년 민혜림 목사가 정년으로 은퇴하고 『목원대학』 신학과 출신의 박광진(朴光珍, 1960~ ) 목사가 26대 담임으로 부임하여 금년 28년 째 시무 중에 있다. 박광진 목사가 부임한 이후, 어린이 집 운영, 40일 특별새벽기도회 등 다양한 신앙프로그램을 활성화한 결과, 교세가 조금씩 확장되기 시작하였고 또 대도시에서 인근 이웃동네로 이사 온 가정들이 합류하기 시작하여 2010년 이후 근래에 이르기까지 72가정, 129명이 등록을 하였고 2015년에는 교회를 아름답게 증축하여 1층 180석, 2층 유아실 20석 등 200석을 갖추게 되었다. 현재 재적교인 150여 명에 매주 110여 명이 함께 예배드리고 있으며 제직으로는 장로 7명(은퇴 2, 시무 5), 권사 34명, 집사 57명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금년에는 코로나 역병(疫病)으로 인하여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무엇보다 고무적이고 감사한 것은 많은 젊은 청년들이 열심을 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10/20)에 박광진 담임목사는 옛날 『분원감리교회』를 섬기던 분들 중에서 현재 80대 중후반의 할머니가 된 은퇴 권사들을 모교회로 초대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하여 예정했던 일정을 한 달여 늦추어 모임이 진행되었다. 문 장로도 담임목사를 도와 잔치가 성사되도록 잔심부름을 하면서 이 모임에 동참하였다. 80대 중후반의 연세라면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인데 어린 시절 출석하던 모교회를 방문하게 된 것을 모두들 영광으로 여기고 기쁨의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분들은 지나온 오랜 세월의 연륜으로 겉모습은 노약하였으나 복음에 의지하여 돈독한 신앙심으로 노년을 보내는 분들이어서 그분들의 얼굴에는 감격의 표정이 역력(歷歷)하였다. 연세 90줄에 있는 노인들에게 코흘리개 시절 함께 하던 모교회에 초청을 받는다는 사실은 실로 가슴 설레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비단옷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온다.”라는 말을 한자성어로 ‘금의환향(錦衣還鄕), 이라 한다. 이 말을 풀어 말하면, “사람이 출세하거나 성공해서 뭇 사람의 환영을 받으며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말일 터이다. 이번에 고향교회가 베푼 잔치 자리에 참석한 분들은 비록 세상적인 ‘비단옷’을 입지는 못했으나 근 90평생 믿음을 간직하고 살아온 노인들이 복음과 믿음의 옷을 입고 고향을 찾아갔으니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값진 ‘금의환향(錦衣還鄕)’이 아닐까!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정작 마음속으로 간절히 사모하는 ‘금의환향’이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나그네 생활을 마치고 우리가 돌아갈 ‘하늘나라’가 우리의 ‘영원한 고향’이다. 평생을 복음과 믿음 안에서 살다가 영원한 본향을 찾아가는 그날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궁극적인 ‘금의환향의 날’이 될 것인데 하늘나라로의 ‘금의환향’을 사모하며 살아가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도 신실한 삶의 여정을 걸어갈 수가 있으리라 믿는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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