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포럼] 카투사 일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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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 작)가 절찬리에 상영된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배경으로 오마하 해변에서 벌어지는 인간 드라마다. 미 육군 제 501공수사단 501연대 3대대에서 작전에 참가했던 동료 전우가 실종된 사실을 알고 곧바로 실종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포화 속에서 온갖 고난을 극복하며 주인공 ‘라이언 일병’을 찾아냈지만 그는 상상외로 전우들이 적에게 포위되어 있는 상태에서 혼자 갈 수 없으며 여기 남아서 부대원들과 함께 싸우겠다는 투지에 찬 의지에 감동되어 구출하러 갔던 8명도 함께 싸우게 됐다는 스토리다. 아!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가! 그리고 전우애가 철철 넘치는 인간미를 어디서 또 볼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진정한 군인정신이요 사생관이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카투사 일병 구하기가 8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전쟁터가 아니라 휴가 나와 꾀병을 부리며 스스로 휴가를 연장하고 안방에서 놀고 있는 카투사 일병의 얘기다. 부모를 잘 둔 덕에 영창가지 않고 정부 여당 관계자들까지 총동원되어 군법을 어긴 휴가병 구출작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사안이 하도 엄중해서 쉽게 구출하지 못하고 8개월째 끌다가 마침내 추석을 앞두고 면죄부를 주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즉시 영창에 갔을 것이고 법에서도 면죄부를 주지 못했을 것이다.
일병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권력기관이 총동원되고 군의 최고 책임자인 국방장관이 두 사람씩이나 스타일을 구겨가며 청문회에서 절절매고 있는 모습은 딱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것도 나라인가?’ 한숨까지 나왔다. TV를 통해 바라보는 국민들도 엄마의 파렴치함에 지쳐버렸다. 아무리 증거를 감추려고 해도 황제 군 생활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은 식지 않고 있다. 마침내 동부지검에서 엄마의 개입 사실이 폭로되었다. 그래도 법은 면죄부를 주었다. 검찰개혁을 그토록 주장하던 엄마는 결국 제 아들 구하는데 검찰을 총동원했다. 이것이 검찰개혁의 위력이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진실을 말한 당직사병을 죄인 취급하며 협박하고 있는 반사회적 추태다. 이념으로 뭉친 특수집단의 행태다. 또한 세간에서는 국방부를 가리켜 ‘일병 구하려다 망친 군’ ‘국방부를 문(文)방부, 추(秋)방부’로 비아냥대고 있다. 군의 위신은 바닥까지 추락했고 군 전체가 우습게 돼 버렸다. 이러다가 주요한 국방정책이나 안보면에서 신뢰도가 떨어져 나라가 큰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같은 일병인데 라이언 일병과 카투사 일병은 너무 다르다. 한 사람은 책임의식이 강하고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 상황에서도 이웃(전우)를 배려하는 성숙된 인격을 갖고 있으며, 또 한 사람은 자기 일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부모에 의존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엄마는 아들을 감싸고 있지만 적어도 이 상황에서는 그렇다.
군의 조직은 일반사회의 그것과 다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군복무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사항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고관의 자제나 서민의 자제나 똑같은 조건하에서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그러기 위해 군 인사법과 군형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만인이 평등한 대우를 받는 곳도 바로 군 조직이다. 성공적으로 군 생활을 마친 사람들은 군에 있을 때 당했던 고생을 오히려 보람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에 고생했던 추억을 잊지 않고 위기 극복의 교훈으로 간직한다.
군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사회에서 어린애 취급하며 어딘가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은 군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젊어서 고생은 돈을 주고 사서라도 해야 된다는 말이 있다. 군에서 짧은 기간에 인생에 필요한 인내심과, 책임감을 배우며, 조직생활에서 필요한 위계질서도 배우게 된다. 위험에 직면했을 때는 용감성과 희생정신도 배운다. 대인관계에서 필요한 겸손, 존경심, 전우애, 부모님에 대한 효심, 독립심도 배우게 된다. 군대는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다.

배영복 장로<연동교회>
• 한국예비역기독군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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