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미국대선을 보면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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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경합주인 텍사스에서 예정된 유세를 위해 버스로 이동하던 민주당 대선후보 조·바이든(전 미국 부통령)의 버스를 그들이 고속도로 상에서 차로 막고 주행을 위협한 것이다. 이것은 미국 대선에서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불법행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 같으면 상대방에게 사과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안부 정도는 물을 수 있는데도 그는 오히려 이제는 유명해진 그의 트위터에 “나는 텍사스를 사랑한다(I Love Texas)”라고 간접적으로 그들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셋째, 필자의 경험으로는 미국 사회의 보통 가정에서는 어린이가 자랄 때에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가훈이라고 할까 하는 것이 ‘정직성’과 ‘공정성(the fairness)’이다. 그래서 누가 자기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면 그것은 가장 수치스러운 별명이 된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에 자기 나라의 현직 미국 대통령이 거짓말을 200번 이상 했다는 통계를 워싱턴포스트지가 발표한 것을 미국의 어린이들이 보았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궁금하다. 그리고 트럼프는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언론(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CNN 등)을 모두 ‘가짜 뉴스’라고 오히려 몰아세웠는데 이보다 더한 적반하장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미국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배우고 잘 쓰는 말이 “그것은 공정하지 못해(That is not fair)“라는 말이라고 하는데 그 말은 사람들이 법률상 합법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그것이 공정한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공정성이 합법성보다 그만큼 더 값어치가 있고 중요한 가치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난 4년간 그가 집권하면서 공정성이 상실된 정치가 미국을 지배하고 있지 않았나? 그 정부 하에서 전에 보지 못할 정도로 법에서 막지 않은 것이면 무엇이든지 해도 된다는 논리가 정가를 휩쓸고 있기 때문에 그간 중시되었던 ‘공정성’이나 ‘정의’ 같은 가치가 맥을 못 추는 정치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에 중·상층의 상당수가 정치를 혐오하기에까지 이르렀다고 보는 이가 많다. 그렇다고 그들이 법을 더 잘 지키는 것도 아니고 법률의 취약점이나 그 틈새를 찾아내서 법의 목적이나 정신을 무시하면서까지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가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미국 대법관의 임명 절차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후보를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그 인준절차를 약 1년 이상 미적거리고 있다가 그 다음 해에 가서는 선거가 있는 해이기 때문에 청문회조차도 열 수 없다고 주장해서 민주당 대통령의 지명을 백지화시킨 적이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자 이번에는 180도 달라졌다. 공교롭게도 투표일 불과 한 달쯤 전에 대법원에 빈자리가 생기자 그들은 모든 절차를 서둘러 불과 2주 안에 지명에서 상원청문회, 법사위원회 가결 그리고 상원 전원의 표결까지 전 과정을 끝냄으로써 선거일 직전에 취임토록 만든 것이다. 이렇게 서둔 것을 두고 미국의 언론은 트럼프가 만에 하나 이번 대선에 관련된 선거 소송이 대법원에 올라올 것을 예상한 그들의 꼼수가 아닌가 하고 추측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대로 된 셈이다. 지명에서 취임까지의 전 과정에서 그간 법률에 못지않게 높이 여겨왔던 ‘공정성’이라는 민주주의의 매우 귀중한 전통과 가치 대신에 법 기술에만 의존하는 법률만능주의가 활개를 치도록 만든 것이다.
넷째, 이처럼 양당의 이념적 편 가르기가 심해지면서 선거의 경합지역이 많아지고 선거유세 중 일부 지역에서는 무기를 들고 나오는 등 살벌하기까지 간 데에는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겉으로 나타나지는 않으나 그 저변에 숨어 있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를 꼽는다면 당연히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그 사회에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있는 인종차별이 아닌가 생각된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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