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쉼터] 한 해의 끝자락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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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지나면서 달력의 마지막 장이 남은 것을 보니 ‘이제는 속절없이 금년도 다지나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지나간 한 해를 마감하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코로나라고 하는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엄청난 재앙이 우리에게 엄습해서 일상을 몽땅 헝클어뜨려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이미 흘러간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의 일들을 회상해보면서 즐거웠던 일을 떠올리기도, 잘못한 일을 반성하기도 하는 시간을 갖는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미국 링컨 대통령은 「사람은 나이 40이 지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을 남겨 늙어가면서 자연적으로 변화하는 우리의 얼굴을 조금 더 편안하고 자애롭게 다듬었는지를 확인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제는 거울을 볼 때에 내 얼굴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를 염두에 두기도 한다. 이는 미국의 국모로 칭송받는 엘레나 루즈벨트 여사의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어느 누구도 쉽게 빚을 수 없고 부단히 노력해서 얻는 예술작품」이라는 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 그러기에 어린 시절에는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 후에는 모두가 하는 대로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미고, 열심히 노력하며 생활을 꾸려나갔고, 모태 신앙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신앙인으로서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조용히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남에게 내세우고 자랑할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우선 건강하고 나에게 속한 가족이 큰 어려움이 없이 편안한 일상을 보낼 수 있고, 의식주에 불편함이 없으며, 이웃 사람들과도 화평하게 지내고 있으며, 언제나 평안하게 안길 수 있는 교회의 따뜻한 품이 내 옆에 있음이 감사할 뿐이다. 그러면서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신을 돌아보니 이제는 나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생각의 발상을 전환해 보면 지금이 결코 불쌍한 것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기 싫으면 가만있고, 건강을 위해 가벼운 운동을 할 수도 있으며, 아득바득 일을 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여유는 늙었기에 가능한 축복이다. 그러기에 인생의 석양이라고 일컫는 황혼은 단순히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고운 빛깔로 익어가는 홍시 같은 황혼으로 변해가는 것이라 항변하고 싶다. 그러므로 아직도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반면에 오늘 죽을 것처럼 사는 마음만 지니면 족할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고 죽는 것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이미 태어난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우리의 삶에서 이제부터라도 편안한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일생 동안 살아오면서 하지 못했던 후회를 더 이상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조금 더 베풀걸, 남에게 친절할걸, 나를 위해서도 즐길걸, 좀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할 걸’같이 예전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제부터라도 할 수 있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서두르지 말고 현실에 만족하며 편안한 매일을 보내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
내가 믿는 신앙에 의하면 주님이 예비하신 천국은 분명 즐겁고 축복받은 곳일진대, 매일매일의 생활에서 주님이 나를 부르시는 순간에 ‘예,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며 달려갈 마음의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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