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싶은이야기] 김포공항에서 일어난 해프닝(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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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옥신각신하는 동안 뒤에서 줄을 선 여행자들이 빨리 자리를 비키라고 아우성이었다. 직원은 나를 업무방해죄로 고발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책임자를 찾아가 호소했다. “내가 만일 오늘 비행기를 놓치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니 출국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책임자는 서류를 검토한 후에 “출국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무엇 때문에 허락을 안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하며 다시 가 보라는 것이었다. 담당 직원을 다시 찾아갔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동안 비행기는 떠나고 말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고, 망신스러운 동시에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천박한 지식 수준에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일본 시각장애전도협의회 임원들이 공항에서 나를 늦게까지 기다리다가 그냥 헤어지고 말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행기는 이미 떠났고, 어떻게 해야 병역미필증을 받을 수 있는지 몰라 난감했다. 허탈감에 빠진 채 집으로 돌와왔다. 여기저기 알아보았더니 다들 법무부 직원의 행동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출국을 위해 다음날 아침 일찍 안과에 가서 시각장애 진단서를 받은 후 병무청에 가서 병역미필증 발급을 신청했다. 이후에 무사히 출국 허가를 받았고, 하루 늦은 3월 20일 드디어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다.

하네다 공항에 첫발을 딛자, 마중 나와 있던 일본 시각장애인전도협의회 임원들이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나는 김포공항에서의 일로 인해 그들을 번거롭게 한 것을 사죄하였다. 이 모든 일이 선교사역을 향한 영적 방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주선으로 여러 시각장애인 기관들을 방문하며 시각장애인 사역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게 되었다. 내가 그들에게서 인상 깊게 배운 것은 봉사자 한 사람 한 사람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성실하게 봉사하는 태도였다. 최선을 다해 한 가족처럼 업무에 임하고 있는 자세가 아름다웠다. 그들은 기독교인은 아니었지만, 몸에 밴 친절과 봉사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종소리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었기에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후 나는 일본,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 몇 나라를 방문하였다. 주일에는 교포교회에 가서 말씀을 전하고, 평일에는 친구들과 함께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학교와 기관단체들을 세밀하게 돌아보았다. 가는 곳마다 시각장애인들을 배려하는 천국과 같아 보였다.
좋은 건물과 짜임새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놀라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나를 놀라고 부럽게 만든 것은 가르치는 사람들의 철저하고도 세밀한 교육 태도와 시각장애인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자세였다.
당시 나는 ‘언제쯤 되어야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들도 이렇게 잘 살고, 인격적인 대우와 질 좋은 직업 훈련을 받아 사회인으로서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속으로부터 솟아나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추스리고 ‘하나님이 함께하시니 우리나라도 이렇게 될 날이 오겠지’ 하며 살아 계신 하나님께 소망의 기도를 드렸다. 그 기도는 100% 이루어져서 현재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보게 된다.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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