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경찰의 공룡화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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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몫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수사권조정에 필요한 제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찰이 정치적 세력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는 중립성과 업무상 독립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경찰의 지배구조의 전면적 개편이다. 우선 지배구조의 근본적 혁신인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찰위원회에 대한 통상적인 국회 이외의 민주적 통제가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행정이 정치적 압력이나 훼유에 흔들리지 않도록 함과 아울러 업무상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하는 제도로서는 경찰조직 내의 상급자가 부당하게 수사를 하는 하급자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적 수준이나 경제적 능력을 감안한 국제적 위상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업무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요구는 결코 무리하거나 불가능한 요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하겠다. 동시에 어떻게 하면 정치적 중립성과 업무의 독립성을 담보하면서 동시에 유능한 경찰조직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계속되어야 하겠다. 무엇보다도 먼저 한낱 형식적 조직에 그친 현재의 경찰위원회를 대대적으로 손질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먼저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을 위해서는 경찰행정을 행정안전부장관의 관할에서 벗어나서 장관급 합의제 행정조직인 경찰위원회로 이양하고 경찰조직을 일대 혁신을 통해서 진정한 민주통제가 실제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최일선에서 행사되는 막강한 통치권 행사인 경찰권이 이처럼 비대해지고 동시에 조직이 팽창되면 국민에 의한 적절한 민주적 통제가 없다면 고삐 풀린 말과 다름없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찰위원회는 많은 우리나라 위원회가 그러하듯 형식만 갖춘 실제로는 전혀 그 본래의 기능이 불가능한 허울만 번지르르한 존재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 변화의 첫 번째 과제는 위원회 구성을 통한 혁신이다. 그 위원을 적어도 5명 이상으로 하고 각계각층을 대변할 수 있는 예를 들면 경찰 출신뿐만 아니라 언론인, 교수, 기업인, 외교관, 시민 사회 출신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구성된 경찰위원회는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등 주요 인사를 복수로 추천해서 대통령의 재가로 임명하고 대통령은 추천된 인사 중에서 지명하여 국회의 청문회를 통한 인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수시로 국정감사나 기타 청문회를 통해서 상시 경찰을 감시감독할 수 있어야 하며 업무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국의 각급 경찰조직에 감찰관직을 설치하여 내부의 부적절한 간섭을 감찰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이렇게 하여 설립되는 두 기관 즉, 독립된 경찰위원회와 경찰감찰관실은 앞으로 국민적 여망에 부응한 한층 더 높은 인권 옹호적이며 투명하고 합리적인 수사 행정이 되도록 노력하는 기구가 되어야 하겠다.

또한 경찰위원회는 이번 조정으로 더 방대해진 경찰행정(지방경찰 포함)에 관한 전국적인 기준과 정책을 책정하고 그 실천 여부를 감시 감독하도록 해야 하며 더욱히 이번 조정으로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조직과 기능을 한 지붕 아래에서 책임있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관리방식으로는 기대하기 어렵고 전 경찰업무에 대한 혁신적이고 더 합리적인 관리방식이 필수불가결하다. 우리는 비록 짧은 헌정사에서도 민주적 통제 없이 행사된 검찰이나 경찰과 같은 권력기관이 과거에 주권자인 국민보다 권위주의적 정권의 하수인으로서 장기집권을 도왔음을 다 잘 안다. 그리고 새로 구성되는 경찰위원회 위원의 임기 또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임기보다 더 길게 하고 또 임기를 서로 다르게 이른바 스테거드(the Staggered term)임기제를 도입해서 한꺼번에 전원의 임기가 끝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정권이 바뀐 경우에도 임기 내에는 신분이 보장되도록 해서 정치적 폭풍을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취지이다. 문제는 지배구조인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경찰위원회의 설립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찰청장이 아닌 민간 위주의 경찰위원회가 전 경찰의 조직과 인사에 대한 기준과 정책을 세울뿐만 아니라 업무평가를 통해서 경찰 스스로가 혁신할 수 있는 조직이 되도록 하며 각급 경찰 조직은 그 운영관리에 혁신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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