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여는 시의 향기] 베트남에서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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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월남전

그리운 아내를 향하여

매일같이 편지로 띄운

그날 그날의 시(詩)들이 모여

나의 첫 시집

『그래도 그 손길 이루어』가 상재되었다.

그날 중,

4월의 어느 날을 되돌아보며

그날의 시를

여기 그대로 옮겨 싣는다.

그날의 추억이 곧

오늘의 그리움이리라.

여기

베트남을 딛고 선 나는

계절이 바뀌는 것도 잊은 채

마냥 바람의 그림자로 서서

노을 너머 그리움이 오는

고국의 소리를 듣는다.

4월의 잔인한 역사를 들으며

평화의 사도로 부름받아

월남 전장터로 뛰어들었다.

여기에 온 것은

죽음의 찬미련가

누군가의 절규인가

내 스스로도 읽을 수 없는

베트남의 전쟁이어라.

밤에는 베트콩

낮엔 양민으로 왔다갔다

땅을 빼앗는 싸움이기보다

이념의 민족 전쟁으로

월남과 월맹으로 오래 나뉘어진

이땅의 얼굴 바꾸는 지루한 전쟁

이 싸움은 언제까지 갈는지

종말을 알 수 없는 별들이

오늘 밤도 4월의 하늘에 찬란히 빛난다.

미국은

왜 여기에 이렇게 열심인지

우리는 왜 여기와서 목숨을 거는지

내일이 없는 오늘이

다시 하루 해가 저물어 간다.  

<시작(詩作) 노트>

해마다 4월이 되면 나는 반세기가 넘는 52년 전의 베트남 전쟁 참전 때를 상상한다. 나는 1969년 4월에 월남 전쟁에 참전하여 1년 1개월 후인 1970년 5월에 귀국하였다. 맹호사단 천하 제1연대 군목(대위)으로 월남 중부지역 빈딩성 퀴년에서 북쪽으로 20km 떨어진 푸켓에 주둔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고국에 있는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는 매일 쓴 시(詩)였다. 1년 후 귀국해서 육군본부 군종감실에 근무하면서 그 시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둔 아내의 수고로 지금까지 가보처럼 보관중이다. 모두가 마음의 글(편지)들이다. 고린도후서 3장 2절에 있는 말씀이 생각난다. “너희는 우리의 편지라 우리의 마음에 썼고 뭇 사람이 알고 읽는 바라”고 했다. 마음으로 쓴 그 편지(詩)들은 후에 시집으로 출판하는 기쁨을 주었다. 4월은 뜻있는 달이다. 우리 모두 추억을 좋게 만들었으면 한다.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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