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의소리] 사랑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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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들도 가족 간에는 공통된 언어를 쓴다. 그러나 농아동은 부모와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 즉 농아동은 수어나 구어를 사용하고 부모는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 농아동이 수어를 유창하게 하는 미국의 양부모 가정에 입양하게 된 사례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예전에는 해외 입양아동들이 많았다. 지금은 다소 감소 추세이고 국내 입양도 늘어난 상황이다. 입양기관의 대표적인 기관으로 홀트재단이 있다. 이 재단에서 입양 자녀들의 친부모를 만나게 하기 위해 2007년 이후 몇 차례 미국 등 외국의 양부모님과 입양 자녀들이 한국을 방문하였다. 필자는 이때 청음회관 (현재 청음복지관)에 친어머니를 찾아달라고 내한한 미국 여학생과 그녀의 양어머니를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중2에 해당하는 여학생은 미국에서 잘 자라고 있었다. 그녀는 농인 초등학생으로 미국에 입양되었으며 양어머니가 미국수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심리학전공의 의사소통장애과(communication disorder department)의 주임교수였다. 한국으로 이야기하면 특수교육학과 청각장애학 전공으로 번역될 학과이지만 어원상의 의미로는 상당히 다른 어감을 주고 있다. 장애영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채널이 다르다고 인정하는 미국의 사고방식이라 이해되었다. 그 학생은 미국에서 미국수어와 미국구어교육을 받아 영어(미어)도 잘 하고 수어도 유창하게 구사하였다. 농학생으로 잘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의 부모님을 만나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 와서 서울 농학교를 방문하여 교적부를 찾았으나 부모님에 대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아 친부모를 만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어린 시절 다녔던 초등학교의 모습과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입양에 대한 생각이 전보다는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입양에 대해서는 선뜻 마음을 여는 가정이 많지 않다.
장애인 중에도 농아동은 겉으로 보면 별 장애가 없어 보인다. 제일 큰 장애는 일반인과 다른 언어권에서 생활해야 되므로 문화가 다르다는 점이다 양부모와 자녀 간에 다정다감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양부모가 자녀를 어려서부터 구화 교육을 하거나 아니면 양부모가 수어를 유창하게 하여야 내용 있는 대화를 나누며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홀트재단에서 친부모를 찾아 미국에서 내한한 그 농학생은 미국에서의 삶과 교육이 적절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경우이다. 밝은 얼굴과 예의 바른 행동은 자라온 과정과 교육을 잘 받은 느낌을 전달하기에 충분하였다. 한편 친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가는 뒷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몇 시간 동안 필자와 같이 이야기하고 농학교를 안내해 줄 수 있는 기회도 가지게 되어 보람 있었다.
가정은 사랑이 가득한 환경이어야 한다. 이 사랑은 무엇보다 부모의 사랑한다는 말과 대화로 전달될 때 자녀의 가슴에 깊이 인식될 것이다. 부모 자식 간에 같은 언어를 쓰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모르겠다. 가정에 있어 대화가 사랑의 근본임을 생각할 때 농인가정에도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가족 간에 대화를 할 수 있는 공통된 언어가 존재하여야 하며, 이를 배우는 일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 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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