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쉼터] 인생의 갈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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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오후 시간. 점심을 먹고 평소대로 집 근처를 산책하고 집으로 와서 냉장고를 열고 시원한 주스를 한 잔 따라 마셨다. 너무 급하게 마시면 체할 수도 있기에 절반정도 마시고 컵을 책상 위에 놓고 바라보면서, 예전에 들었던 예화가 떠올랐다.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컵에 남은 주스를 보면서 ‘벌써 반이나 마셔버렸네’ 하는 사람과 ‘아직도 반이나 남아있네’ 하는 사람으로 구별된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럼 과연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일까라고 생각하면서 지나간 시간을 따져보니 금년도 벌써 꼭 절반이 흘러버렸다. 바로 엊그제 같이 느껴졌던 새해가 이렇게 흘러 벌써 6개월이 지나버렸다. 아니 어찌 생각하면 이제는 6개월이 남았다고 여겨진다. 다행스럽게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생활형태에 길들여져 금년도 생활은 그리 큰 혼란이 오지는 않았다. 어차피 직장이 있어 출퇴근하는 생활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 결과 최소한 저녁 10시쯤에 취침하고 아침 6시에는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면서, 가급적이면 아침 9시경부터는 정규적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인 척 책상에 앉는 습관을 고수했다. 그리고 점심 후에는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혼자 생활을 즐기는 나만의 비법을 간직하였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제약을 받아 몹시 어렵지만, 덕분에 기도도 넉넉히 할 수 있고, 예전에 하지 못했던 신앙에 대한 성찰을 하는 기회를 지닐 수 있게 된 것은 생각지 못한 큰 소득이다.

젊은 시절에 가족들 중심으로 조촐하게 선친의 환갑잔치를 치르면서 나는 언제까지고 늙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어느덧 세월은 흘러 나를 포함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은 모두 늙은이가 되고 말았다. 다행인지 사람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면서, 또한 모두가 건강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인 탓에 사람들이 세상에서 할 일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가 되었다. 따라서 예전에는 포기하고 뒷전으로 밀려날 나이에 새롭게 무언가를 이루려는 욕망이 늘어나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74세에 한국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여 우리 모두의 찬사를 받았던 윤여정 씨의 쾌거는 특히 노인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된다. 그는 예전에는 힘든 개인 사정으로 단지 생계를 위해 연기 생활을 했지만, 60세가 지나서는 여유가 생기면서 금전적인 이유가 아닌, 노년에 품을 수 있는 인간미를 위해, 열악한 조건에 도전하는 젊은 감독의 열정을 보고 ‘미나리’라는 영화에 출연하여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노년의 여유를 보여주겠다는 당찬 포부를 보여주기도 해서, 조금은 나태해지기 쉬운 노인들의 사기를 크게 올리기도 했다.
옛날 중국 시대에 존경받던 3현자 (공자 맹자 장자) 대신에 현대에는 (놀자 보자 쉬자)가 존경받는 3현자라고 칭한다는 농담이 있다. 아차하면 시간을 놓쳐 할 수 없기도 하고, 보통은 ‘다음에 하지’ 하는 안일함에 실천하지 못하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몹시 중요한 일들이다. 더 늦고 힘들어지기 전에 가급적이면 자주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일이다. 때로는 친구가 함께하기 어려우면 혼자라도 노는 일을 찾아 즐길 것이며 다음은 가능한 부지런히 친구들을 많이 찾아보는 것이다. 그 일이 쉽지 않으면 전화 같은 매개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필요이상으로 무리하지 말고 충분히 쉬는 일이 중요하다. 여기에 첨가할 것은 일생 동안 믿었다고 넘기기보다 이젠 진정한 믿음을 고백하는 「믿자」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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