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의소리] 농인도 말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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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농인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농아인이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되었고 청각장애인이라는 말은 지금도 장애 분류를 할 때는 사용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벙어리란 단어가 사용된 적이 있는데 이 용어는 농인들이 자신들을 폄하하여 부르는 느낌을 받아 거부감이 많다. 농아인이라는 단어에서 농인으로 사용하게 된 이유는 아(啞)가 뜻하는 의미 때문인데 말 못한다는 의미가 있어 이 단어가 들어가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농인은 소리를 잘 못 듣는 사람이다. 대포 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아무 소리가 안 들리는 사람을 전농(全聾)이라고 하는데 청각장애인 중 전농은 그리 많지 않다. 농인은 일반적인 대화 소리는 전혀 안 들리는 상태이기 때문에 두 귀의 청력손실도가 90dB 이상인 사람은 청각장애 판정등급 기준 상 2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소리를 듣지는 못하지만 발성의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발성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음성을 따라 하기 어려워 말을 제대로 배우기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성법을 배우면 얼마든지 발성을 잘 할 수 있어 능숙하게 훈련을 받은 사람은 청인으로 오인할 정도로 말을 잘 하는 사람들도 있다. 농인의 모국어가 수어라는 말을 흔히 하지만 이는 수어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농인중에는 수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구화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상대방의 입술을 읽고 자신이 발성하는 법을 배워 수어를 사용하지 않고 청인(廳人)이 사용하는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구화교육은 가급적 어려서 하는 경우가 더 효과적이나 구화를 가르치는 기관에 어려서부터 다니며 학습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구화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입술의 움직임을 읽어내어 단어의 개념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입술의 움직임을 보고 청인의 소리를 나타내는 자음 모음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문자로 해독하여야 하며 문자는 어떠한 뜻을 가진 개념인가를 정립하는 체계를 습득하여야 한다.

수어로 교육받은 농학생은 “새가 날아간다”라는 것을 수어로 하려면 먼저 ‘새’에 해당하는 수어를 하고 ‘날아간다’ 수어를 하면 상대방이 그 뜻을 알 수가 있다. 새의 수어는 새의 부리를 만들고 손을 벌려 날개를 표시하면 되고 날아간다는 것은 날갯짓을 하며 펼쳐진 손을 아래 위로 날아가는 모양을 하면 된다. 그러나 구어의 경우 ‘새가 날아간다’는 입모양으로 “새 가 날 아 간 다”를 모두 알아 맞추어야 한다. “가” 와 “카”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겉으로 두 음절의 모양이 비슷하여 입술 모양만으로는 어렵다. 구체적인 방법을 짧은 지면으로 다 설명할 수 없지만 바람의 강도, 성대의 울림, 입술 뿐만 아니라 얼굴 근육의 움직임 등등을 다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더욱이 의성어의 경우 그 개념을 파악하려면 그 소리를 들어본 사람과 소리 없이 글자만으로 이 글자가 의성어임을 이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리를 내는 것 역시 듣지 못하며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것이 선생님의 소리에 얼마나 근사치로 발성되고 있는가를 타인이나 기계가 계속 모니터링해 주어야 한다. 말을 배우는 일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일대일의 지속적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야 말을 하게 된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 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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