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포럼] 팔미도 등대와 인천상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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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은 노르망디상륙작전에 버금가는 대작전으로 6·25전쟁을 역전시키고 맥아더 장군을 진정한 영웅으로 만들어 준 드라마틱한 작전이었다. 1950년 6월 28일 서울을 점령하고, 3일 동안 휴식 시간을 가진 북한공산군은 다시 공격을 시작하여 7월 20일 대전을 점령하고 8월 1일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갔다. 이제 대한민국은 국토의 90%를 빼앗기고 대구, 부산 등 경상남도의 일부만 남게 되었다. 미군이 참전했어도 초기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6월 29일 한강을 시찰한 맥아더는 미 지상군의 파병을 요청하고 인천상륙작전 구상에 들어갔다.

국군과 미군이 낙동강 방어선에서 한 달 반을 버티고 있는 동안 일본 맥아더 사령부에서는 인천상륙작전 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인천 앞바다의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극심하여 성공률이 ‘5천분의 1’밖에 안 된다는 분석 결과로 참모들이 모두 반대했지만 맥아더 장군은 강하게 밀어붙였다.
D-day는 9월 15일, 총 전력은 미 7함대 함정 261척, 한미 병력 75,000명으로 완벽하게 준비됐다. 이제 명령만 내리면 작전에 들어간다. 작전명은 블루 하트(Blue Heart).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됐어도 수백 척의 군함이 들어갈 인천 앞바다가 협소하고 뱃길이 좁아 길을 안내하는 ‘등대’가 없으면 작전은 시작도 못하는 상태였다. 다행히 상륙 지점인 월미도 앞에 아주 작은 팔미도가 있는데 그곳에 등대가 있었다. 문제는 그 등대를 적군이 장악하고 있어서 누가 어떻게 불을 켜느냐 하는 점이다.
상륙작전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99.999%가 완벽하게 준비됐어도 0.001%밖에 안 되는 등댓불을 켜지 못하면 모든 것이 헛수고다. 맥아더 사령부는 이에 대비해 한국의 켈로 부대와 미 해군 정보장교팀을 2주 전에 월미도 주변 영흥도에 상륙시켜 적지 주민에 대한 선무공작과 여러 상황을 점검하도록 지시하고 명령만 내려지면 즉시 등댓불을 밝히라고 명한 바 있다.

한국 켈로부대 최규봉(崔奎峰) 대장(당시 24세, 2016년 90세로 사망)과 3명의 대원, 미 해군의 정보팀 3명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적 지역에 들어가 사전답사와 준비를 마치고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15일 00:30분 등댓불을 밝혀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두 팀은 함께 작전을 벌여 등대를 지키고 있는 경계병 8명을 죽이고 등대에 들어가 불을 켰다. 경계병 제거에 시간이 오래 걸려 예정시간 보다 1시간 20분이나 늦은 01:50분경에 등댓불을 켰다. 작전 팀은 모두 지쳤고 등불을 켠 후, 등대 안에 쓰러져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먼 바다에 정박 중에 있는 맥아더 사령관의 지휘함인 ‘맥켄리함’으로 발동선을 타고 가서 맥아더 사령관으로부터 격려를 받았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맥아더 사령관은 등불이 켜지자 작전개시 명을 내렸다. 5시에 작전을 개시하여 7시 50분에 1차 목표인 월미도와 소월미도를 점령했다.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일본에서 제10군단을 창설하고 참가 부대로 미제1해병사단, 제7보병사단, 한국 해병대 4개대대, 보병 17연대를 선발했다. 그리고 재일학도병과 카투사 병력, 전투경찰 화랑부대도 포함시켰다. 적을 속이기 위해 군산상륙이 있을 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렸고, 포항과 영덕에서 양동작전(陽動作戰)도 실시했다.
결과는 성공적으로 끝나 9월 28일 서울을 수복하고, 10월 1일 38선을 돌파했으며 10월 19일 평양에 입성했다. 적지에 들어가 등댓불을 켠다는 것은 상륙작전에 비하면 0.001%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일’이다. 그러나 등댓불을 켜지 못했다면 상륙작전은 실패했다. 그런데 목숨을 걸고 등대를 지켜 준 켈로부대의 노병들은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하나 둘 사라져 갔다. 켈로부대장 최규봉, 정보장교 계인주 육군대령, 연정(延禎) 해군소령 그리고 미첩보부대 유진 크라크 해군 대위(총책) ‘클락 혼’ 미 육군소령, ‘존 포스터’ 육군중위, 우리는 그들을 영원히 잊지 말자.

배영복 장로<연동교회>
• 한국예비역기독군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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