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쉼터] 열성적인 패자에게는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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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았고 과연 열릴 수 있을까 염려가운데 개막된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원래는 작년에 열리기로 했던 축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로 인해 1년이 연기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보다 강하게 모두 함께(Stronger Together)」 기치 아래 일본 도쿄와 인근 도시에서 열린 제32회 하계 올림픽은 우여곡절 끝에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16일간에 걸쳐 열렸다. 세계를 하나로 묶고 화합과 선의의 경쟁으로 점철된 대축제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무관중으로 치러졌고 그나마 코로나로 인해 참가를 꺼리는 선수들도 많아지면서 그 열기는 식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런 대단한 난관을 헤쳐가면서도 커다란 사고 없이 유종의 미를 거두고 끝나게 되었음을 다행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덕분에 마침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폭염과 계속되는 코로나로 짜증나는 우리에게 모처럼의 위안을 주었다. 이는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과 이로 인해서 파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희석시켜 주는 역할을 하였다. 사실 금년 여름은 기록적인 더위를 기록했다고 부산을 떨었던 작년보다 그 위세가 더욱 강해지면서 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기간도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새삼스럽게 옛날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나는데 그때는 한 달간의 여름방학이 8월 20일에 끝나면 더위가 수그러들고 광복절에는 학교에서 기념식을 하기에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 님 벗님 어찌하리’로 시작하는 광복절 노래를 힘차게 부르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조국 해방에 대한 감회가 깊었는데 요즘에 자라는 젊은이들은 광복절 노래를 부르기커녕 한 번 들어나 보았을까 의구심이 생긴다. 하여튼 매일같이 계속되는 더위도 올림픽으로 조금은 시원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올림픽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이 느끼는 감동은 과거처럼 성적에만 연연하지 않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성숙된 국민성으로 승화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기면 좋겠지만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얼마큼 열성을 다해 최선을 하였는가를 보면서 응원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도 이제는 성적에 대해서 담담해 하며 경기에 따라 수여되는 메달에만 연연하지 않고 지금까지 자신이 훈련했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면 비록 우승을 하지 못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국민성을 보여주었다. 오죽하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까. 또한 이번에 정말 나이 어린 꿈나무들이 새롭게 나타나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결코 주눅 들지 않으면서 자신의 기량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중에는 뜻밖으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도 있지만 불행히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결코 이에 굴하지 않고 희망적인 자세를 보여줌으로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희망을 선사하였음은 커다란 수확이 되었다.
특별히 이번 올림픽을 통해 우리는 김연경 선수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배구선수였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12명으로 구성된 배구팀의 주장으로서 상처 투성이의 몸으로 큰 언니로서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면서 필요할 때에는 정확한 역할을 함으로 그 쟁쟁했던 상대팀들을 넉넉하게 상대할 수 있었다. 그가 속한 팀은 비록 경기에 져서 메달은 받지 못했지만 온 국민이 마음으로 주는 사랑의 메달을 받았고 이는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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