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미국의 아름다운 개회기도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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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뉴욕프라미스교회》의 허연행 담임목사가 쓴 글로서 캘리포니아 헤멧(Hemet)시의 이용섭(李勇燮) 박사가 보내준 것을 《신앙산책》에 올려드리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 저는 맨하탄에 소재한 뉴욕 시청엘 다녀왔습니다. 뉴욕시의회로부터 개회기도를 부탁받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로 감회가 깊었습니다. 역사를 잠시 거슬러 올라가 보면 1774년 9월 7일, 오전 9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의회라고 할 수 있는 필라델피아 대륙회의에서 당시의 채플린이었던 제이콥 뒤체이(Jacob Duche) 목사가 개회기도를 한 이래로 미국 의회는 상하원 모두 늘 성직자의 기도로 시작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일부 시민과 무신론자들의 반대 및 위헌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2014년, 뉴욕 주에 있는 ‘그리스(Greece)’라는 작은 타운에서 ‘타운홀 미팅’을 할 때마다 기독교 성직자의 기도로 회의를 시작한 것이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일부 주민들이 위헌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지요. 미 연방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미국이 종교적으로 다양해지긴 했지만 공적집회(public meeting)에서의 개회기도는 의식절차로 봐야 하며 국가적인 전통에 부합한다. 따라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라는 판결을 찬성 5표, 반대 4표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때가 2014년 5월이었습니다. 이 판결에 힘입어 미국의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에서 회의를 할 때마다 기도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지속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뉴욕시의회 조례에 따르면 개회 기도문은 회의록과 함께 연구 보존된다고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서 1년 6개월 만에 대면으로 열린 뉴욕시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에 뒤이어 드려진 저의 기도문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마음도 이 기도문의 곳곳에 담겨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수도’라 일컬어지는 ‘뉴욕’을 위해 지금 계신 곳에서 1분만 기도해 주십시오. 전능하신 주님의 손안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시작된 좋은 일들이 여러분의 그 기도의 줄을 타고 여러분 한 분 한 분에게로 흘러가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기도의 번역문입니다.

뉴욕시의회 개회기도문(2021. 7. 29. 목. 오후 1:30)

“우주 만물의 창조자이시며 섭리자이신 하나님 아버지, 《여호와의 이름은 견고한 망대(望臺)라. 그리로 달려가서 안전을 얻느니라(잠언18:10)》. 이 말씀을 인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1년 반에 걸친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재앙 속에서도 뉴욕시와 미국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버지, 먼저 기도하옵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팬데믹과의 전쟁 속에서 병원 응급실 등 최일선에서 시민들의 치료와 안전을 위해서 불철주야 수고하는 의료진들을 위로하시고 지켜주옵소서. 또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을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사회적인 격리에서 오는 외로움으로부터 보호하여 주옵소서. 이번 사태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한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종과 피부색과 종교를 떠나서 지금의 시련이 ‘막힌 동굴’이 아니라 ‘뚫려 있는 터널’임을 기억하고 조금만 더 참고 견딜 수 있는 끈기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끝으로 이곳에 오신 뉴욕시의원들을 위해 간구합니다. 뉴욕시는 ‘세계의 수도’라서 여기서 의논되고 결정되는 모든 일들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사오니 아무쪼록 의장과 시의원들에게 은혜를 베푸사 현실을 올바로 분석하는 통찰력과 함께 다가오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예지력을 허락해 주시고 이 두 가지를 잘 조화시키는 치유와 용기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래서 이곳에서 다루어질 크고 작은 안건들이 뉴욕 시민들로 하여금 더욱 안전하고 더 쾌적한 삶의 질을 누리게 하실 뿐 아니라, 한때 코로나 팬데믹의 진원지였던 뉴욕이 세계인들에게 다시 한 번 꿈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심지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 글을 읽으면서 1948년 5월 31일 첫 번째 《대한민국제헌국회》에서 당시 이승만(李承晩) 임시의장이 이윤영(李允榮, 1890~1975)목사를 지명하여 기도로 회의를 시작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이 뒤숭숭하고 어려운 때에 재미 한인교회 허연행 목사를 들어서 사용하신 하나님의 섭리에 평신도의 한 사람으로서 실로 감격스러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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