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이방 족속 ‘에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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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다만 유대인의 하나님이냐? 또한 이방인의 하나님은 아니시냐? 진실로 이방인의 하나님도 되시느니라.” (롬 3:29)
사도 바울이 자문자답한 이 짧막한 구절은 신약과 구약의 관계를 간결하고 분명하게 말씀해 주고 있다. 구약의 말씀 중에는 미시적으로 볼 때 여호와 하나님은 이스라엘만의 하나님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구약 전체를 거시적으로 볼 때, 하나님은 이스라엘만의 하나님이 아니다. 지상 만민의 하나님이다.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대상은 이스라엘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상의 모든 나라(만방), 모든 민족(만민)을 모두 포함하는 ‘범세계적’인 것이다. 온 인류를 향한 ‘구원의 역사’에서 하나님은 먼저 이스라엘을 택하셨으나, 궁극적 목적은 지상 만민의 구원이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구원의 역사’를 시작하실 때, 이미 지상 만민을 향한 원대한 계획을 말씀해 주셨다.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들어보자.
“너(=아브라함)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니라.” (창 12:3) 하나님의 계획은 아브라함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땅의 모든 족속들에게 복을 주시려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온 인류를 향한 원대한 구원의 계획을 아브라함에게 두 번 더 확인해 주셨다. (창 18:18; 22:18) 뿐만 아니라, 이삭과 야곱에게도 재차 확인해 주셨다. (창 26:4; 28:14)
하나님을 믿고 섬기고 예배하는 신앙 안에서 이방 족속들도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있고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신학적으로 ‘만민주의’(universalism)이라고 한다. 우리가 구약성경을 읽을 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만민주의’는 애굽에서 출애굽할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출애굽기 12장에 있는 출애굽의 출발 기록을 읽어본다.
“이스라엘 자손이 라암셋(=출애굽의 출발지)을 떠나 숙곳에 이르니, 유아 외에 보행하는 장정이 60만 가량이요, ‘수많은 잡족’과 양과 소와 심히 많은 가축이 그들과 함께하였더라.” (출 12:37-38)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출애굽 때 야곱의 후손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잡족’(many other people)들도 같이 출애굽했다는 사실이다. ‘잡족’이라고 번역된 말은 히브리어로 ‘에레브’(‘erev)이다. 이 말은 이스라엘 자손이 아닌 ‘이방 족속’들을 뜻하는 말이다. (‘에레브’는 한글성경에서 다양하게 번역되고 있다. 출 12:38에서는 ‘잡족,’ 느헤미야 13:3에서는 ‘섞인 무리,’ 예레미야 25:20에서는 ‘섞여 사는 민족,’ 50:37에서는 ‘여러 민족’ 등으로 번역되었다.) 야곱의 후손들과 같이 출애굽한 ‘에레브’들은 광야 생활도 같이 했다. 시내 광야에서 먹을 것이 부족하여 문제가 생겼을 때, 제일 먼저 불평을 시작한 것은 ‘에레브’들이었다. “이스라엘 중에 ‘섞여 사는 무리’가 탐욕을 품으매 이스라엘 자손도 다시 울며 가로되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주어 먹게 하랴…” (민 11:4) 40년 광야 생활을 마치고, 중다한 ‘에레브’들도 가나안 땅에 들어갔고, 결국 이들도 모두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되었다. 어떻게 이들이 이스라엘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었을까?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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