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탐방] 진영훈 목사(익산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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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목사답고 교회다운 교회, 익산 삼일교회‘참새방앗간’이야기

▐ 원로답고 교회다운 교회

황금빛 벼가 익어가는 평야를 가로질러 가을 억새가 장관인 만경강 둑 아래 선한 영향력으로 존경받고, 교회는 ‘참새방앗간’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마을 우물이 되어주고 있는 익산삼일교회 진영훈 목사를 만났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신뢰보다는 혐오라는 단어가 더 익숙해져 버린 ‘한국교회’의 현실 앞에 생수의 강이 되어 주고, 시골 마을에 교양서적 무료 보급, 1,800여 점의 십자가 전시, 지역교회 통합 여름성경학교 운영 등으로 지역문화를 선도해 가는 원로답고 교회다운 교회의 사역 이야기를 소개한다.

▐ 보살피고 섬기는 진영훈 목사

황호은 원로목사가 30년간 시무하고 은퇴한 후 진영훈 목사는 32세에 부임하여 현재 18년째 삼일교회 위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세습과 원로들의 교회 간섭으로 부끄러움을 금치 못할 때 삼일교회 원로목사는 전혀 달랐다. 은퇴하면서 원로목사는 전주로 이사를 떠났다. 그간 봉사하면서 교인들과 친숙했던 막내며느리까지 행여 후임자에게 부담이 될까 우려하여 타교회로 출석하도록 했다. 진영훈 목사는 부임 후 원로목사님을 찾아가서 식사대접을 하고 계산을 하려는데 “지금은 내가 더 넉넉해” 하시며 계산을 하셨단다. 새해 첫 주 설교를 위해 “목사님, 새해는 어른이 설교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니 “아니야, 이젠 진 목사님 목회예요, 진 목사님이 하세요!”라며 원로목사는 지나칠 정도로 후임자를 배려했다. 삼일교회는 지난 18년간 1년에 한 번 은퇴기념일을 지키고 있는데 오로지 그날만 원로목사의 설교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 떠날 때 아름다운 뒷모습의 원로다움

원로목사 은퇴 후 10년이 되는 해에 총회 연금이 28% 삭감이 되어 어려움에 있을 때 당회는 차량 유류비를 지급하기 시작했고 그 비용은 당시의 삭감된 연금 비용 정도였다. 은퇴 후 18년의 세월이 지나고 원로목사는 88세로 사모와 함께 몸이 쇠약해져 막내아들 집으로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삼일교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대장촌이라는 동네로 이사했다. 진 목사는 이제야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삼일교회로 출석하시게 하자는 뜻을 비쳤고 장로들은 기꺼이 그렇게 섬겨야 한다는 맘으로 동의하여 원로목사는 18년 만에 평신도로 돌아와 출석하게 되었다. 진영훈 목사는 “떠날 때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신 원로목사님이 계셔서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이런 원로 없다”며 “보살펴야 할 때를 알고 섬기는 삼일교회가 참 아름답다. 원로다움에 감사하고 교회다움에 감사할 수 있는 교회”라고 진심의 마음을 담아 말했다.

▐ 섬김의 마을목회를 지향하는 교회다움

농촌교회가 급격히 감소하고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 가운데 진영훈 목사의 목회철학은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가는 교회”라고 한다. 주변의 3개 부락을 거점으로 시작한 삼일교회는 이웃에 기장교회가 있어 함께 강단도 교류하고 협력사역을 하고 있다. 교인들은 동네 주변에서 농사짓는 20여 가정과 익산의 40여 가정, 주변 전주, 군산에서도 교우들이 참석하는 등 농촌교회로는 안정된 교회이다. 하지만 마을 초등학생이 한 명도 없고 노회 시찰 내 100여 개 교회 중 150명 되는 교회는 10개 정도이며 90%는 유치부가 없는 상황이다. 진 목사는 “항상 교회 문 닫을 준비를 하자”고 교우들에게 강조한다. 교회가 문 닫을 때를 대비하여 그가 꿈꾸는 대안은 갤러리교회이고 지역교회가 연합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섬김이 있는 마을목회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한다.

▲ 실천하는 이웃사랑 ‘틈새방앗간’

▐ 좋은 이웃이 되는 프로젝트

교단은 지난 102회기(2017년)에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라는 주제로 마을목회를 강조하고 교회가 마을의 일원으로 살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를 중심으로 교회는 이제 더 이상 교회 안에 머무르지 않고 마을로, 세상으로 들어가며 세상의 소통을 강조해 왔다. 삼일교회는 그 사역의 일원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공간, 이웃을 배려하는 공간으로 교회가 넘지 못했던 작은 울타리 하나를 걷어내는 ‘참새방앗간’ 사역을 시작했다. 올해 제106회 총회 주제는 “복음으로,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이다. ‘참새방앗간’의 사역과 그 확장성을 소개하고 교회가 좋은 이웃이 되고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작은 제안을 드린다.

▐ 교회는 마을의 일원

하나님의 관심은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 “또 이르시되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 그 외에도 많은 성경의 본문들은 하나님의 관심 그리고 교회의 관심이 세상이어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교회가 속한 지역은 교회의 최대 관심사여야 한다.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그리고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함께 공감하고 함께 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한국교회는 마을의 섬이 되어 있지 않은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교회는 더없이 갇혀 있는 섬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음이 사실이다. 마을에서 함께 수고해야 할 때 오히려 거룩한 교회라는 특권을 내세우며 주민들과의 불협화음으로 점점 고립화되어가는 섬의 모습으로 교회는 전락하고 있다.

▐ 화장실, 주차장 365일 개방

삼일교회는 오래전부터 교회의 주차장과 화장실을 24시간 365일 개방했다. 교회가 주차장 사용이 필요한 시간은 일주일 중 지극히 제한적이다.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주차장이라는 공간을 이웃들의 편의를 위해 내어 주는 것이야말로 효율적인 주차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많은 교회들이 주차장을 정작 이웃에게 내어 주었더니 꼭 필요로 하는 주일이나 예배 시간에 차량을 빼주지 않아서 어렵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웃을 섬기는 일을 포기할 수 없고, 반대로 주일에는 교회가 주변 골목과 주민들에게 교인들의 차량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 컨테이너 처마를 만들어 쉼터를 제공

도심 교회들 가운데 카페를 개방하고 이웃을 섬기는 교회들도 있다. 교회의 일정 공간을 활용하여 주민들에게 주차장을 개방하고, 등나무 그늘을 만들어 이웃을 위해 내어 놓은 교회들도 있다. 이런 모든 공간이 교회의 처마이다. 배려가 있고 이웃을 향한 나눔이 있는 처마가 이제는 절실한 것이다. 전통 가옥에는 처마가 있다. 기와집, 초가집, 슬레이트형 지붕의 건물은 물론 심지어 마을 어귀의 작은 모정에도 처마는 언제나 있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건물이 점점 서구화되면서 처마의 개념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여름 무더위에 길을 걷노라면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그늘을 찾아 걷는다. 비가 내리는 날, 우산이 없을 때도 어떻게든 비를 적게 맞으려고 건물에 바짝 붙어서 이동을 한다. 처마는 비를 피하고 무더위에 그늘이 되어 주는 의미 있는 기능을 가진다. 삼일교회는 이 잃어버린 처마의 기능을 이웃을 위해 되살려냈다. 기존의 건물에 처마를 매달 수 없으니 건물 외부에 컨테이너를 활용하여 처마를 만들어 낸 것이다. ‘참새방앗간’은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교회의 처마다.

▐ ‘우물’을 만들고 ‘생수’로 소통

예수님께서 사마리아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사마리아의 우물에서 한 여인을 만난다. 우물은 이처럼 지나는 나그네들에게 좋은 소통의 공간이다. 주님은 그 소통의 공간을 충분히 사용하셨다. 여자가 나서기에 부끄러운 시간이지만 꼭 가야만 했던 공간, 생명 같은 공간이었기에 그곳이야말로 가장 좋은 만남의 장소였다. 우물은 물이 있는 곳이다. ‘물’은 생명이다. 그리고 ‘물’은 소통의 도구로 충분하다. 예수님께서도 여인에게 물을 청하셨다. “사마리아 여자 한 사람이 물을 길으러 왔으매 예수께서 물을 좀 달라하시니”(요 4:7)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과 ‘물’로서 소통을 이어가시며 사마리아 여인에게 복음의 기쁨을 나누어 주신다. 삼일교회도 마을 우물을 팠다. 땅을 팔 수 없어서 작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마을 우물, 참새방앗간’이라 불렀다.

▐ 좋은 이웃 ‘방앗간’ 프로젝트

지금의 한국교회는 무엇보다 세상의 이웃이 되는 일이 간절하다. 삼일교회는 이 일을 위해 좋은 이웃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교회 앞에 공터가 많아 감나무 13그루와 대추나무 5그루를 남선교회에서 심었고 지난 가을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노란 리본이 달린 감나무와 대추나무는 마음껏 따세요’ 지나는 사람들은 박수치며 교회를 환호했다. “교회가 이렇게 하니까 참 좋다.” 지나가던 이웃의 입술을 통하여 내뱉는 말은 분명 하나님을 찬양하는 소리였을 것이다. 그런데 나그네의 말을 곱씹어 보면 “교회가 이러니까 참 좋다” 교회는 원래 이래야 하는데… 그 의미를 찾아 그렇게 시작한 프로젝트는 ‘참새방앗간’으로 발전하여 이웃의 자랑이 되고 있다.

▐ 마을 우물이 되어주는 ‘참새방앗간’

삼일교회는 3종류의 방앗간이 있다. 그중 가장 핵심이 되는 방앗간은 ‘참새방앗간’이다. 참새방앗간은 작은 공간 하나를 이웃과 소통의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3~4평 정도의 컨테이너를 이용해서 마을 주민과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생수, 도서, 음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참새방앗간은 지역사회를 먼저 면밀하게 분석하고 만들어진 공간이다. 우선 지역주민들 대부분은 농사일을 하므로 오가는 주민들에게 절실한 것은 생수이다. ‘참새방앗간’은 생수 외에도 150여 권의 도서를 제공하는 작은 마을문고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참새방앗간’은 작은 공간이지만 여름철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며, 방앗간이 설치된 곳이 버스 종점이어서 겨울철에는 난방을 제공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마을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노인일자리사업을 마치고 어르신들이 잠시 앉아 쉬는 작은 사랑방의 역할로도 톡톡히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교회 주변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자전거를 이용한 방문객들이 많이 늘었으며, 작은 나눔의 공간으로 지역에 알려지면서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의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또한 집배원 아저씨, 택배 아저씨, 청소년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을 하고 있고, 평일에는 40여 명, 주말과 휴일에는 80여 명 정도의 이용객들이 방문을 하고 있으며, 이 공간에 비치된 물품들은 모두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 마을 우물이 되어주는 ‘참새방앗간’

▐ 한여름 나그네 쉼터 ‘철새방앗간’

‘철새방앗간’은 삼일교회가 운영하는 또 하나의 이동식 방앗간이다. 그 이름처럼 여름철에만 이용하는 방앗간이다. 교회 주변에 모정(팔각정자)이 3곳이 있다. ‘철새방앗간’은 이 모정을 이용하여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가장 무더운 여름철에 제공되는 얼음 생수와 무료 도서가 작은 캐비넷 혹은 철가방(중화요리 배달 가방)에 담겨 있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으며, 매일 점검하면서 주변을 청소하는 일까지 함께 감당하고 있다.

▲ 한여름 나그네 쉼터 ‘철새방앗간’

▐ 실천하는 이웃사랑 ‘틈새방앗간’

삼일교회가 운영하는 세 번째 방앗간은 ‘틈새방앗간’이다. ‘틈새방앗간’은 이웃사랑의 실천을 몸소 행하는 나눔의 방앗간이다. 사실 이웃사랑은 당연히 실천해야 할 주님의 명령이지만 몸소 행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가슴에 머물러 있는 이웃사랑, 입술에 머물러 있는 이웃사랑을 직접 몸소 행할 수 있도록 각 가정에서 ‘틈새방앗간’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틈새방앗간’은 우리의 이웃 가운데 가깝지만 소홀하기 쉬운 그런 이웃을 향하고 있다. 택배 아저씨, 집배원 아저씨, 경비 아저씨, 환경미화원, 아파트 청소아주머니 등을 위한 배려로 현관문에 작은 가방을 만들고, 그 안에는 생수, 사탕, 견과류 등 가정에서 나누며 섬길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하여 ‘틈새방앗간’을 활용하고 있다. 하루 종일 감정노동을 하고 운전을 하는 택배 아저씨의 경우 힘들고 지칠 때 이런 ‘틈새방앗간’을 만나면 감정이 누그러지고,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아파트 20층에서부터 계단으로 내려오다가 중간 중간에 ‘틈새방앗간’을 만나면 좋은 이웃 덕분에 힘들고 고단함이 말끔하게 씻겨져 내려간다며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틈새방앗간’이라는 작은 나눔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가깝지만 종일 수고하는 힘든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틈새방앗간’으로 사용되는 에코백 가방은 삼일교회 로고나 이름이 전혀 새겨져 있지 않다. 삼일교회 성도뿐 아니라 주변에서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도 에코백을 나눔으로 좋은 이웃 프로젝트를 널리 확산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 울타리를 허물고 세상과의 소통

올해는 교회 옆에 석류, 자두, 보리수, 자두 같은 과실수 70그루를 심었다. 누구라도 지나는 이웃들이 마음껏 과실을 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열린 과수원이다. 성도들은 행복한 고백을 한다. 바로 예수 믿는 가치를 절실하게 체험하고 있다는 고백이다. 이웃과의 소통도 많아졌을 뿐 아니라 이웃으로부터 교회가 칭송을 받고 있다. 우리가 먼저 손해 보는 것이 예수 잘 믿는 것이고, 눈 내리는 날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눈을 치울 때 함께 곁에서 잠깐이라도 거드는 것이 예수 잘 믿는 것이다. 삼일교회 교인들은 ‘참새방앗간’을 통해 이웃사랑의 가치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세상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살만한 세상인지 ‘참새방앗간’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함께 나누는 작은 일에 감동하여 생수를 두고 가는 사람들, 음료를 두고 가는 사람들, 교회는 작은 울타리 하나를 걷어냈을 뿐인데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전해 주고 있다. ‘교회’ 이제는 특별함을 말하기 전에 더불어 사는 길을 찾고 진정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 “이르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같이 하라 하시니라”(눅 10:37)
교회다운 교회에서 목사다운 목사를 만나 나눈 아름다운 삼일교회 탐방은 기자로 하여금 팬데믹과 여러 상황들로 꽉 막힌 마음을 풀어주는 은혜의 값진 시간이었다. 삼일교회 진영훈 목사의 목회 철학과 삼일교회 믿음의 성도들과 이웃을 응원하며 탐방을 마친다.

▲ 울타리를 허문 모두의 과수원

/구성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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