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강단] “부스러기라도” <마가복음 7: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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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해남에 ‘땅 끝 마을’이 있습니다. 두 발로는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땅이요, 끝입니다. 인생에도 땅 끝이 있습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일 때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끝’이라는 말을 일컬어서 ‘끄트머리’라 했습니다. ‘끝’이라는 말과 ‘머리’라는 말의 합성어입니다. 땅 끝 마을은 사실 바다의 시작점입니다. 바벨론 포로를 통해 땅 끝을 경험한 유다 백성들에게도 거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거기로부터 새롭게 출발하길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도 십자가는 땅 끝과 같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부활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끄트머리의 은혜’입니다”(「사순절의 깊은 묵상」 中에서). 

본문 말씀에 보면 마치 인생길 위에서 ‘땅 끝’을 만난 것과 같은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한 여인이 등장하는데, 그 여인은 수로보니게 족속인 이방여인입니다. 그러나 이 여인은 땅 끝과 같은 인생 속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예수님으로 인해 땅 끝에서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는 놀라운 은혜를 경험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여인에게 있었던 신앙이 무엇입니까? 

먼저, 여인은 자신의 문제 앞에서 ‘예수님께로 삶의 방향’을 돌렸습니다.

이 여인의 이름은 기록되어 있지 않고, 단지 이 여인이 어떤 사람인지 수식하는 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경은 이 여인에 대해서 “더러운 귀신 들린 어린 딸을 둔 한 여자”(25절)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수식어가 많이 있는데, 이 여인에게는 ‘더러운 귀신 들린 어린 딸을 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습니다. 이 여인은 자신에게 붙어 있는 수식어를 떼 내고 싶지만 결코 자신의 힘으로 떼 낼 수 없는 큰 고통과 아픔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이 여인이 예수님께서 두로 지방에 오셨다는 소문을 듣고 예수님께서 계신 곳으로 온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을 고쳐 달라고 간구하였습니다. 이 여인의 수식어만보면 분명 절망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인생인데,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예수님께서 계신 곳으로 삶의 방향을 돌렸습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있는 문제만 바라보며 집착하기보다, 그 문제로부터 시선과 방향을 예수님께로 돌려야 합니다. 

다음으로, 여인은 예수님께 ‘부스러기라도’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여인은 예수님의 발 아래 엎드려 자신의 딸을 고쳐 달라고 간구했습니다. 이 여인의 간구에 예수님께서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않다”(27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서 ‘자녀’는 ‘유대인’을, 그리고 ‘개들’은 ‘이방인들’을 가리킵니다. 여인은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않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맞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밥을 먹을 때 부스러기를 흘리고, 상 아래 개들이 그 부스러기를 먹습니다”(28절)라고 말했습니다. 여인은 마음이 상하여서 불평하면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겸손한 마음으로, 온전한 떡이 아니라도 좋사오니 자녀에게 먹이고 떨어지는 부스러기라도 있다면 그것이라도 주실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구하였습니다. 혹 부스러기가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부스러기의 은혜를 기억해야 합니다.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와 함께 보리추수가 시작되던 때에 베들레헴으로 왔습니다. 룻이 베들레헴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추수하는 밭으로 가서 일꾼들 뒤를 따라가면서 이삭을 줍는 일이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요, 고된 일입니다. 하루 종일 이삭을 주어도 수고에 비해서 알곡은 턱 없이 부족합니다. 마치 룻에게 있어서 이삭은 수로보니게 여인이 구했던 부스러기와 같은 것입니다. 룻은 이삭을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룻이 이삭을 줍다가 만난 사람이 바로 보아스입니다. 룻과 보아스를 연결해 준 것이 바로 ‘이삭’, 즉 ‘부스러기’입니다. 부스러기를 줍던 룻은 보아스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다윗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땅 끝을 만났을 때, 우리는 수로보니게 여인처럼 예수님께로 시선과 삶의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라도 좋사오니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예수님께 간구해야 합니다. 매일 우리의 삶에 놀라운 기적과 큰 역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부스러기의 은혜에 늘 감사하며 겸손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최효열 목사

<성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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