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국어를 지키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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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군인이 돼야 하고 국어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시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옛날부터 그 나라의 말은 그 나라 국민들의 정신(얼, 혼)이라고 한다. 정신이 혼미하면 ‘얼빠졌다’라고 한다. 얼굴은 ‘얼’이 드나드는 ‘굴’이라고 한다. 우리의 얼을 뺏기지 않고 날마다 더욱 아름답고 귀한 국어로 발전시키고 가르치고 애용해야 되겠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어휘와 언어 체계를 보면 그의 철학과 가치관, 지성미, 그리고 학문적 숙련도까지 알아볼 수 있다. 박연준 시인은 최근 「쓰는기분」(현암사)을 펴냈다. 그는 “시는 기분이 전부인 장르다. 날개를 펴며 날아오르는 기분을 느끼면서 시를 쓴다”고 한다. 그는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언제나 새롭고 그래서 시적인 말을 곧잘한다. 우리 모두가 시를 쓰는 능력을 갖고 태어나지만 자라나면서 점점 거세되는 것이라” 한다. 시 쓰기에 필요한 ‘좋은 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시 자체로는 효용이 없지만 시를 쓰면서 어떤 현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느리게 생각하며 새로운 걸 발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더 좋은 세상을 일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기초로 하고 이해인의 시 한 편을 읽어보자. “부를때마다 내 가슴속에 별이되는 이름. 존재 자체로 내게 기쁨을 주는 친구야, 오늘은 산숲의 아침향기를 뿜어 내며, 뚜벅뚜벅 걸어와서 내안에 한 그루 나무로 서는 그리운 친구야/때로는 저녁 노을 안고, 조용히 흘러가는 강으로, 내안에 들어와서, 나의 메마름을 적셔주는 친구야, 어쩌다 가끔은 할 말을 감추어둔, 한 줄기 바람이 되어, 내안에서 기침을 계속하는 보고싶은 친구야/보고싶다는 말속에 들어있는, 그리움과 설렘, 파도로 출렁이는 내 푸른 기도를, 선물로 받아주겠니? 늘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할 때, 빙긋 웃으며 내손을 잡아주던 따뜻한 친구야,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모였다가 어느날은 한 편의 시가되고, 노래가 되나보다/때로는 하찮은 일로 너를 오해하는 나의 터무니 없는 옹졸함을, 나의 이기심과 허영심과 약점들을, 비난보다는 이해의 눈길로 감싸안는 친구야, 하지만 꼭 필요할땐, 눈물나도록 아픈 충고를 아끼지 않는 절실한 친구야/내가 아플때엔 제일먼저 달려오고, 슬픈일이 있을때엔, 함께 울어주며, 기쁜일이 있을때엔, 나보다 더 기뻐해주는, 고마운 친구야, 고맙다는 말을 자주 표현 못했지만 세월이 갈수록 너는 또 하나의 나임을 알게한다/너를 통해서 나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기뻐하는 법을 배운다. 너의 그 깊고 넓은 마음 참을성 많고 한결같은 우정을 통해, 나는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 본다. 늘 기도해주는 너를 생각하면 나 또한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마음까지 훤히 들여다보는 네 맑고 고요한 눈을 생각하면 나는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다. 나도 너에게 끝까지 성실한 벗이 되어야겠다고 새롭게 다짐해본다/우리가 서로를 이해못해 힘들때도 있었지만, 화해와 용서를 거듭하며 오랜세월 함께 견뎌온 우리의 우정을 감사하고 자축하며 오늘은 한잔의 차를 나누자. 우리를 벗이라 불러주신 주님께 정답게 손잡고 혼자갈때까지 우리의 우정을 더 소중하게 가꾸어가자. 아름답고 튼튼한 사랑의 다리를 놓아 많은 사람들이 춤추며 지나가게 하자/누구에게나 다가가서 좋은 벗이 되셨던 주님처럼 우리도 모든 이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행복한 이웃,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벗이 되자. 이름을 부르면 어느새 내 안에서 푸른가을 하늘로 열리는 그리운 친구야.”(이해인/친구야). 동양의 인격수양서인 「명심보감」에는 “술 먹고 밥 먹는 친구는 천 명도 넘지만 급할 때 도와줄 친구는 한 명도 없네”(酒食兄弟 千個有/急難之朋一個無)란 교훈이 있고, 성경에도 “사람이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요 15:13-14)고 했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그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주할 처소로 영접할 것이다”(눅 16:9). 돈보다 친구를 택하라는 말이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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