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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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환갑이나 칠순잔치 같은 모임을 갖지 않는 것으로 사회통념이 변해 아예 우리의 대화에서도 사라졌고 그러면서 간혹은 팔순잔치 정도가 오가는 대화 속에 오르내리는 정도이니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진 것은 현실적으로도 사실이 되었다. 아마 이는 의약품이나 의학의 발달도 기여한 바가 크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각자 개인의 건강을 위하여, 여러 가지 면에서 신경을 쓰면서 조심하고 또한 필요한 운동을 열심히 하는 덕분이라 여겨진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일찍이 지하철을 나의 주된 교통수단으로 활용했음으로 그나마 지금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물론 이에 덧붙여 노년의 어려움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먹는 일과 생활습관에서 좋다고 권장하는 일들을 실천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으로 노년에 닥쳐오는 어려운 건강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여길 수가 없기에, 마음 한구석에 염려가 남아있게 된다. 

물론 나는 나이가 들었음에도 아직은 실제로 외부활동을 하는데 하등의 불편함이 없음을 항상 감사하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 생각하면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속담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는 진리를 세월이 흘러가면서 느끼고 있는 현실도 사실이다. 그러기에 걷는 자세에서나 외형적으로 남의 동정을 받을 정도의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때가 닥치면, 그때는 외부생활을 어찌해야 하나 염려하면서 미리 예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이는 장래에 이런 해결하기 어려운 곤란한 문제들이 이제는 나에게도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 있는 어떤 지인은 나이 80이 조금 지났는데 지금도 지하철을 타면 결코 경로석에 가지 않고 일반석으로 가서, 때로는 자리에 앉아있는 젊은이들 앞에서 눈을 부라리고 서 있음으로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사람이 있다. 나이 먹음이 죄도 아니지만 결코 훈장도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기본적인 상식이며, 그리고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나이를 먹게 되기에, 젊었다고 자랑할 일도 아니고 혹은 나이 먹었다고 서글퍼할 일이 아님을 담담하게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따져보는 장수(長壽)의 품질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생활자세를 바라보는 타인의 눈길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근한 예를 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외부생활을 하려면 필연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때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여객들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를 한번 상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걷는 자세가 불안하여 남의 신경을 건드릴 정도는 아닌지, 나의 외모가 저들의 동정을 살 정도로 추하거나 노쇠하게 보이지는 않은지 되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정글의 왕이라는 사자 중에도 왕으로 군림하던 사자는 나이가 차서 이제는 더 이상은 두목 노릇을 못하게 되면, 스스로 물러나 자신의 생애를 조용히 정리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정글의 법칙’이라 하는데 하물며, 인간세계에서 제대로 살았다는 사람으로서는 최소한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에 부끄럽지 않은 생애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는 없고 내 건강 상태는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기에 오늘도 편안하고 자신 있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건강에 감사를 느낀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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