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유혹을 이기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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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사회생활하는 중에 마음은 원이로되 심령이 연약하여 세상 유혹이 도래했을 때, 그 유혹에 사로잡혀 악령에 종노릇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컨대, 일확천금이 생기는 일에 동참하도록 하는 유혹이 왔을 때, 웬만한 결단력을 가지고는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를 준다고 하면, 좌우를 살피지도 않고 깊은 사고 없이 빠르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또한 미모의 여성을 만나게 된다든지, 그런 여성의 유혹을 받게 되면 장차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일을 성급하게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황금과 권력, 그리고 여자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게 되면, 그것이 우상화되어 자신의 절대적 가치로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아 일생을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 자신이 가고 있는 방향을 냉철하게 되돌아보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과감하게 끊어버리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신라 진평왕 시대, 김유신이 아직 화랑이던 시절 사귀었던 기생 혹은 신녀(神女)로 일컫던 ‘천관’ 혹은 ‘천관녀’란 여인이 있었다. 고려 시대 문인 이인로가 지은 파한집(破閑集)에 적혀 있는 이야기다. 화랑이던 젊은 시절의 김유신은 천관녀를 사랑해 그녀와 교제했다. 어느 날 어머니 만명부인(萬明夫人, 574~?)이 그 꼴을 보고는 “나는 이제 늙었다. 네가 커서 공을 세워 왕과 부모에게 기쁨을 안겨줄 날을 밤낮으로 고대해왔는데 어찌 너는 술과 여자나 쫓아다니느냐”라고 울면서 말했다고 한다. 김유신은 그 뒤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해서 다시 그 집에 들르지 않기로 맹세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술에 취한 채 말을 타고 집에 돌아가던 중 자신의 말이 버릇대로 그녀의 집 앞에 멈춰서는 일이 생겼고, 정신을 차린 김유신은 그 자리에서 말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고 한다. 천관녀는 김유신의 무정함을 원망하며 원사(怨詞)라는 향가를 지었다고 하며, 한편으로는 김유신의 결단에 감동하여 신녀직을 그만두고 비구니가 되어 절에서 지내다 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후에 김유신도 죄책감을 느꼈는지 삼국을 통일한 후에 천관녀를 찾았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터라 천관사라는 절을 그녀의 집 자리에 지어서 그녀를 위로했다고 한다. 천관사라는 절은 500여 년이 지난 고려 중기 이공승이 이 절을 지나면서 시를 쓴 것이 남아있어 그때까지는 절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나 지금은 터만 남아있고, 대한민국의 사적 제340호로 지정되었다. 경주 남천 천관사지에 가면 반쯤 무너졌던 석탑을 재건해 놨고 말의 목을 자른 그림이 걸려 있다. 만일 신라의 김유신(金庾信, 595~673) 장군이 ‘말의 목을 베어버리는 결단력’이 없이 계속 천관녀에 빠졌더라면, 3국통일의 대업을 이룩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을 지도 모른다.

박정희 대통령은 그의 딸 박근혜 씨가 최태민 씨와의 관계를 청산하라는 결단을 내리라고 여러 차례 충고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끝까지 아버지의 그런 충고를 외면하고, 최태민 씨 딸 최순실과 밀접한 관계 유지 속에서 불행의 씨앗은 싹트고 있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018년 3월 5일 성폭행 혐의로, 부산광역시 오거돈 시장은 2020년 4월 22일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20년 7월 10일 성추행 사건으로 자살하였다. 이들이 세상의 유혹을 신라의 김유신 장군처럼, 그리고 보디발(Potiphar) 장군의 부인의 유혹을 투옥되면서까지 용기 있게 거절한 요셉(Joseph)과 같은 결단력을 발휘하여 불행의 늪에 빠져들지 않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생각해 본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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