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비사] 역사에서 계시를 본 한국교회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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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와 계시

계시란 ‘감추어져 있던 것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계시는 창조보다는 발명, 발견과 통하는 말이다. 즉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 무궁무진하게 감추어져 있는 것이 어느 때에 가서 우리 눈에 드러나 분명해지거나(발명, 發明), 피어나 보게 되는 것(발견, 發見)이다. ‘창조하다’라는 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발명이나 발견은 이미 있는 것을 명백하게 하고 본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창조하다’는 동사의 주어는 오직 하나님이시오, ‘발명하다’ ‘발견하다’는 동사의 주어는 인간이다. 인간의 행위에 대한 최대의 표현은 과학적 대발명, 대발견이다. 창조가 아니다.

마찬가지 사실이 바로 역사에 적용된다. 역사는, 말하자면, 하나님의 창조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때마다 곳마다 다 그러하다.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역사 안에서 인간은 살게 되어 있다. 성경은 이를 분명히 말씀한다.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거하게 하시고 저희의 년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하셨으니”(사도행전 17:26).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역사 안에서 인간이 살아갈 때 그 동력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역사에 무수하게 새겨놓으신 계시를 발견하는 길이다.

2.  알렌 선교사가 발견한 특별한 약 테라-피르마(Terra-Firma)

알렌은 우리나라에 온 첫 상주선교사이다. 그는 의사였다. 1884년 9월 하순에 도착한 알렌을 미국공사 푸트는 외국 공관에 부속된 의사라고 고종에게 소개했다. 그만큼 당시 기독교 선교에 대한 맹목적인 두려움이 조정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알렌은 1884년 12월 우정국 사건 즉 갑신정변에서 보수파의 거두인 민영익을 서양의술로 살려낸다. 이 섭리적 사건이 상하조야의 모든 조선 인민들이 미국과 기독교에 대한 마음을 활짝 열게 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알렌과 얼마 뒤 들어온 언더우드가 함께 광혜원을 세웠음은 참 가슴 벅찬 일이었다. 기독교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었다.

알렌은 몰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그가 가진 약이 똑 떨어지고 만 때가 왔다. 하필 그때 엄청나게 심한 종기 환자가 찾아왔다. 알렌은 일단 그 환자를 돌려보내며 얼마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알렌은 뜰에서 깨끗한 흙을 퍼담아 와서 따뜻한 온돌 아랫목에 바짝 말린 후 약병에 담고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테라 피르마(Terra Firma)”, ‘단단한 흙’이라는 뜻이다. 다시 찾아온 그 종기 환자의 환부에 이 약을 발라주고 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 삼일 뒤 찾아온 이 환자의 고름은 놀랍게도 쪽 빠져 있었다. 평범한 흙 속에 담긴 치유와 생명력을 알렌이 포착한 것이었다. 역사에서 계시를 포착한 것이었다.

류금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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