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본 삶의 현장] 하와이 이민 50년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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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대학의 도서관은 지하에 동양서(東洋書) 컬렉션이 따로 있었다. 이북에서 나온 책자나 초등학교 교과서 등도 몇 권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때는 반공교육을 어마어마하게 받던 때가 되어서 그 책들을 열어 보고 있으려면 누군가 보고 있지 않나 돌아보게 되고 오금이 저려서 오래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거기서 나는『하와이 이민 50년사』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그 책을 보면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첫째는 한국 노동자들이 하와이 설탕 농장에 이민 오면서 떠나기 전에 일 인당 100불씩을 미끼 돈으로 받은 기록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대부분은 그 돈을 배 안에서 한 달 이상 항해하면서 투전으로 몽땅 잃어버린 일이다. 먹을 게 없어 죽느니 이민 간다는 각오로 나라를 잃고 살길을 찾아 떠나 오면서 그렇게 놀음을 좋아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면모였다. 그것은 장인환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1900년 초 미국인으로 한국의 외교 고문이었던 스티븐스(Durham White Stevens)가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일본의 한국 지배는 한국에 유리하다는 등 침략 정책을 찬양하는 발언을 지방지(San Francisco Chronicle)에 발표한 일이 있었다. 이것은 나라를 잃고 노예처럼 사는 한국인들을 격분시켰다. 이때 장인환은 스티븐스가 패리 정류장에 도착한 기회에 그를 총격 살해하였다. 재판이 열리자 교포 사회에 장인환 구명 운동이 일어났다. 변호사를 사야 했는데 그때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한국인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수소문하여 찾아낸 것이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실제는 재학 중이었음) 이승만을 통역으로 청하였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1908년 7월 16일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형편을 살피고 통역을 거절했는데 그 이유는 … 예수교인의 신분으로 살인자재판 통역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기록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 교포들은 장인환, 전명운 두 의사의 재판을 후원하는 후원회를 만들고 미인 변호사 코그란(Nathan C. Coghlan), 페랄(Robert Ferral), 바렛트(John Barret)를 고용하였는데 코그란은 다음과 같은 변호를 배심원들 앞에서 했다고 기록하고 있었다.

…만일에 우리를 장인환의 처지에 두면 우리는 미칠 것이다. 우리의 부형과 친척이 일인의 손에 죽으며 우리의 강산이 일본 군대의 말먹이는 목장이 되며 세전하며 내려오던 건물들을 일본 통감이 차지하고 음모의 소굴을 만들면 우리 중에 미치지 않을 사람이 누구인가? 장인환도 사람의 마음을 가진 줄 알아야 공정한 판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재원을 일인이 채굴하고 양전옥토를 일인이 경작하며 한국 사람은 굶어 죽게 되는데 분한 마음이 없으면 한국 사람이 아니오. 혈기 있는 사람으로 그러한 일을 당하고 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러한 일을 협조하는 사람을 보고 심상히 여길 수 없을 것을 생각하여야 공정한 판단이 있을 것이다.

배심원 여러분! 이 재판에 대하여 생각을 많이 하시오. 만일에 우리가 장인환을 죽이면 그 사람은 공의를 주장한 애국자인 까닭에 죽는 것이니 그것이 어찌 옳은 일인가? 애국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참으로 의로운 일이 아니겠는가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나라를 구하려고 미국에 온 이승만이 하나님과 조국을 두고 “살인하지 말라.”라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 하나님을 선택한 것이 신앙인의 바른길이었을까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황인종인 한국인이 백인을 총살했다는 뉴스는 백인 사회에 큰 충격이었다. 그는 그런 한인을 변호한다면 한미외교가 어려울 거로 생각한 것이었을까? 어떻든 그런 그의 결정때문에 하와이는 의견을 달리한 20여 개의 애국 단체가 생기고 애국하던 노동자들은 일당 65센트씩 번 돈을 쪼개어 어느 단체에 낼지를 몰라 당황하였다. 이런 것들은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신앙인, 이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면모였다.

오승재 장로 

•소설가

•한남대학교 명예교수

•오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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