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크리스마스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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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정말 조용한 가운데 크리스마스가 지날 것 같다. 사실 오래 전부터 크리스마스는 교회에서가 아니라 백화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정도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치장을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곳이 백화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교회는 외부적으로는 조금 위축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로 인해 모든 교회 내의 행사가 중지되면서 주일에 한 번 정도의 예배를 드릴 수 있음에 감사를 느낄 지경이 되었다. 사실 교회의 가장 큰 행사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일이라 하여도 크게 틀리지 않는데 아무런 행사를 하지 못하니 정말로 답답하게 여기게 되었다.
꽤나 오래전에 내가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에 들었던 따뜻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주 작은 도시에서 택시 운전을 하면서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이 겪었던 이야기였다. 그는 크리스마스 전날에 회사에 출근해서 손님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 손님의 호출을 받아 지정한 아파트에 갔다. 마침 자신의 어머니같이 작은 체구의 노인이 손님이었다. 그는 자기가 인도하는 대로 몇 곳을 다니자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는 그를 태우고 먼저 그 도시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교회에 갔다. 잠시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 후에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에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기쁨이 있어 보였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다음에는 그 도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말하면서 가자고 했다. 그 학교는 운전기사가 졸업한 학교이기도 했다. 그 학교를 둘러보고는 나와서 이제는 그 도시에서 제일 큰 병원으로 갈 것을 요청했다. 가는 도중에 자신이 그 학교를 졸업했다고 하기에 기사도 자신도 졸업했기에 동창이라고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병원에는 특별하게 진료를 받으러 간 것은 아니었다. 그냥 한 번 둘러보고 나왔다. 그런 사이에 저녁 식사시간이 되었다. 이때 이 노인이 자기가 단골로 다니던 식당에 가서 함께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여 그러자고 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으면서 노인이 하는 말은 다음과 같았다. 이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노인은 제일 처음에 갔던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고, 일생 동안 신앙생활을 하였으며, 다음에 들렀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간호사가 되어 전에 들렀던 병원에서 일생 동안 근무를 했는데, 일생을 독신으로 지내다가 이제는 더 이상 혼자서 살아가기가 힘들어 요양원에 들어가 자신의 여생을 의탁하기로 하였고, 이제 며칠 후면 요양원에 들어가기에, 마지막으로 자기가 일생 동안 의지하고 생활했던 곳들을, 이번 크리스마스에 순회하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운전기사는 처음에는 담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언가 감동이 일어남을 느꼈다. 그리고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 이 노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싶었다. 노인의 아파트에 도달하자 노인이 택시비가 얼마냐고 물었다. 그는 이제는 조금 친해진 노인에게 ‘한번 안아볼 수 있는가’를 물었다. 그리고 어머니 같은 노인을 안으면서 “Merry Chrismas”라고 웃으며 “택시비는 지금 모두 받았네요”하였다.
조금 거창하게 헨델의 ‘메시아’를 공연하면서 축하하지는 못해도 크리스마스 칸타타라도 공연해야만 제대로 크리스마스를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되기에, 이렇게 조용하고 을씨년스런 크리스마스가 조금은 낯설고 어색하여도, 주님도 이렇게 고요하고 거룩한 크리스마스를 원한다고 생각해본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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