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병원에 입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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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철없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나에게 허락된 건강은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내가 누려야 하는 복이라 여기면서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너무도 자신만만하게 무관심하게 지내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전립선에 이상이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친구들의 ‘나이가 들면 전립선 이상은 모두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말만 믿고 가볍게 약만 먹으면서 시간을 낭비했다. 그래도 한 해가 가기 전에  건강 상태를 확실하게 정리하는 차원에서 동네 병원에서 가볍게 혈액검사를 한 결과 조금은 신중하게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기로 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축복받은 건강으로 별다른 병치레를 하지 않으면서 친구들에게 나의 건강을 슬며시 자랑하곤 했던 과거가 생각나 이제부터는 이런 속절없는 자랑일랑 접어두어야 겠다고 다짐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하여튼 마침 입원한 병원은 바로 얼마 전에 지었기에 너무나 깨끗했고, 여기에 걸맞게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 등 그리고 모든 직원들이 깔끔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의사들은 조금 까다롭게 보이기에 평소에 거리를 두게 되었는데 막상 상대를 하여보니, 우선은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인 것은 분명했고, 더욱이 우리는 알 수 없는 무서운 병원균을 파헤치고 연구하여 결국에는 병을 치료해 주는 신통한 사람이며, 이번 경험을 통해보면 내가 몹시 외롭고 다급할 때 따뜻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 것을 느꼈다. 또한 간호사를 비롯해 환자들의 편의를 돕는 여러 조력자들도 친절함이 몸에 배었고, 또한 전문적인 의료원으로서의 몸가짐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예로부터 막연하게 지녀왔던 ‘병원은 갈 데가 아니고 의료원들은 까칠한 사람’이라는 선입관이 바뀌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병원에 웬 환자가 이렇게 많은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이 많아지면서 아픈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나도 지금까지는 병원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 곳이라고 여겼지만 비록 원하지는 않아도 이제부터는 나도 꽤나 밀접한 관계를 지니게 되었다. 검사 결과는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었으니, 생각보다 꽤나 병세가 진전되었고 따라서 이에 합당한 치료를 상당 기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고통의 길을 가게 되었다. 따라서 첫 날 밤은 약간의 두려움도 생기고, 솔직하게는 낙심도 있었고 마음 한편으로는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라는 물음도 일어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평소대로 새벽 일어날 시간이 되면서 기도하는 가운데 ‘지금껏 정말 별일 없이 무사히 지켜주셨던 주님이 이제 와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것도 다 뜻하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살전 5:16-18)는 말씀을 진정으로 실천하는 계기로 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니 마음이 많이 진정되고 편안한 가운데 웃음을 지을 수가 있게 되었다. 

이런 시련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축복은 「내가 나 된 것이 나의 능력이나 운명으로 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하나님의 축복과 섭리하심 때문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된 계기가 된 것이 감사할 뿐이다. 병월에 입원해보니 세상에는 나보다 너무 불쌍한 사람도 많고 이만큼 사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 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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