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목단상] 마셔도 기도는 하고 마셔야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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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모교에 교목으로 부임을 하고 얼마 안된 어느날 오래간만에 종로3가 뒷 골목 식당에 고교 동기동창이 모였다. 졸업 후 대학가랴 취직하랴 바빠 서 15년만에 만난 친구들이고 보니 반갑기도 하고 할 이야기도 많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동안에 경신고교 50회 동문 15명이 모인 것이다. 

식사가 들어오기 전에  드디어 소주병이 들어오고 서로 주고 받으며 한잔씩 따르고 내 앞에도 소주잔 하나가 채워졌다. 60년대만 해도 차가 없을 때라 술 좋아하는 친구들은 밥먹을 때마다 반주로 한잔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이다. 나는 생전 처음 당하는 술자리라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술잔을 하나씩 들고 막 소주잔이 입에 닿으려고 할 때였다. 스톱!!! 잠깐!! 하는 소리가 식당 안에 울렸다. 그것은 목사인 내 입에서 반사적으로 나온 다급한 소리였다. 일시에 입으로 들어가려던 잔을 입에서 뗀 채로 들고 아무 소리도 없이 정적이 흘렀다. “마셔도 기도는 하고 마셔야하지” 하고 나는 진지하게 경건을 떨었다. 한 친구가 아!! 맞어 맞어 한다. 소주잔을 상위에 모두 다시 내려 놓았다. 나는 의도적으로 아주 길게 기도를 하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신학교 졸업한 것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오래간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반갑게 만난 것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그동안 건강하게 지켜주심을 하나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우리 동기들의 가정에 축복을 내려주시고 동기들의 사업에 번영이 넘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어디가나 무엇을 하나 경신학교에서 배운 기독적 인격을 나타내게 하옵소서. 그리고 우리 자녀들이 훈륭하게 성장하여 이 나라와 한국교회의 대목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일제히 큰 소리로 익숙하게 아멘이 합창되었다. 아멘이 끝나자 한 친구가 야!!! 그거 오래간만에 들으니까 괜찮다!!! 모두들 그래그래 하고 신나게 웃었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에 듣던 기도를 오래간만에 들으니 감회도 깊고 감사하고 축복을 하니 괜찮다는 뜻일 것이다. 거기 모인 친구들이 다 교회에 나가는 것도 아니니 혹시 야! 집어치워!! 술먹는데 기도는 무슨 기도야!!! 야!!!! 술맛 떨어져 하면 분위기가 이상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친구도 반대하거나 짜증내는 친구가 없다. 신기한 일이 아니다. 3년 혹은 6년 동안 학교에서 주간예배시간에, 학급 담임선생님들로부터, 매주 성경시간 등 목사로부터 귀가 닳도록 듣던 기도이다. 그 기도를 비록 소주잔을 놓고 했지만 어색하기 보다는 옛날 학창 시절에 습관적으로 듣던 기도라 오래간만에 들어도 좋았다는 것이리라. 그 후 매해 망년회 때면 반주를 겸한 식사라도 반드시 목사가 기도를 해야만 식사가 시작된다. 그 해 회장이 사회를 하게 마련인데 누가 회장이 되든 회장은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김목사’가 기도하고 먹겠습니다” 한다. 요새 와서는 ‘김종희 목사님’이라고 한다. 늙어가니까 동기라도 목사에 대한 존경의 표시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일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모두가 머리를 숙이고 엄숙한 기도를 하면 영락없이 일제히 아멘!!! 하는 소리가 크게 나오게 마련이다. 목사가 혹 못가면 회장은 그중에 장로에게 기도를 시킨다. 이같은 식사기도가 50년이 계속된다.

  /다음계속

김종희 목사

• 경신 중ㆍ고 전 교목실장 

• 전 서울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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