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53년의 삶을 살고 간 이민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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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서럽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약 10년 전에 이 땅을 떠난 한 사람의 죽음을 “서러운 죽음”이라고 말하기 싫습니다. 그 죽음의 의미가 반드시 있을 것이고 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민아(1959~2012) 목사!”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는 이름입니다. 그러나 ‘이민아 목사’는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 시대의 지성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분으로 최근에 작고(作故)한 이어령(李御寧, 1934~2022) 초대 문화부장관의 외동딸로 미 연방검사를 역임했던 훌륭한 여성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이었던 김 某씨의 前부인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목사가 되어 그야말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암 투병 끝에 이 땅을 떠났습니다.

지난 2012년 3월 15일 오후 2시 30분경이었습니다. ‘이민아 목사’의 책 『땅 끝의 아이들』을 펴냈던 출판사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소식을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직감했습니다. 나는 바로 되물었습니다. “아니, 이민아 목사님에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 “바로 조금 전에 ‘이민아 목사’는 이 땅을 떠나 영원한 본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영안실로 달려갔습니다. 영정사진 속의 ‘이민아 목사’는 우아한 미소로 문상객을 맞고 있었습니다. 내가 이 목사를 만났던 길지 않은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이민아 목사’의 마지막 6개월 동안 그녀를 깊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그녀는 아버지 이어령 교수를 닮았습니다. 속사포 같이 퍼붓는 말의 향연, 온몸으로 표현하는 열정! 당시 ‘지성(知性)에서 영성(靈性)으로의 길’을 가고 있던 아버지와는 달리, 이 목사는 이미 영성의 세계에 깊숙하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녀에게는 무언가 외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타는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비록 육신은 스러져 가지만 결코 멈출 수 없는 외침을 외치다가 그녀는 갔습니다. 그 외침이 무엇이었을까요? “아버지 하나님”이었습니다. ‘아버지로서의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 진정한 신자가 되며 이 땅에서 하늘처럼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외치고 싶어 했습니다. 그녀의 육신의 아버지에 따르면 이민아 목사는 호흡곤란으로 응급실로 실려 간 그 순간까지 치유를 확신했다고 합니다. ‘아버지 하나님’이 반드시 고쳐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목사의 믿음이 맹목적이었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는 생전에 여러 번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를 사랑하시는 능력의 ‘아버지 하나님’이 그 동안 저의 질병을 여러 번 고쳐주셨기 때문에 이번에도 고쳐 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 땅에서 그 치유를 다 받아 누리지 못한다 해도 저는 ‘예수님을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살아서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는 말씀을 믿습니다.” 

이 목사가 떠나고 보니 『땅에서 하늘처럼』이란 그녀의 책 제목이 기막힐 정도로 고인의 삶을 대변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시의 영상을 통해서 본 이 목사의 모습은 치료를 받으며 병실에서 죽음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아버지 하나님’을 만난 그 감격과 기쁨을 빈부귀천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에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극심한 암 병으로 고생하는 가운데서도 이미 사망권세를 뛰어 넘은 ‘승리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제게 암이 당장 낫는 것 보다 더 큰 꿈은 이 땅에서 하늘나라를 누리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자신이 살고 싶은 유일한 이유가 “아버지 하나님이 통치하는 하늘나라가 이 땅에 반드시 임한다”라는 기쁜 소식을 땅 끝까지 전하기 위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죽음이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제게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우리에게 주신 승리가 관념적이거나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목사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생생한 실재(實在)였습니다.  

그녀의 육신의 아버지 李 前장관이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내가 추구하는 성공은 ‘새로운 성공’입니다. 꿈도 꿔보지 못한 것을 이루는 것입니다.” 53년간의 짧은 삶을 살다 간 ‘이민아 목사’는 딸로서 아버지의 꿈을 이뤘습니다. 이 땅에서 하늘처럼 살다간 故이민아 목사를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글은 『기록문화연구소』가 제공한 것인데 원문에 글쓴이의 이름은 없으나 본 연구소 이태형 소장의 글로 여겨집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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