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이야기] 20년째 설맞이 요양원 봉사 가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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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69) 씨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가 가늘고 짧아졌다. 게다가 집안 형편이 가난하여 공부는 초등학교가 전부였다. 그는 이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마땅치 않아 18세 때 친형이 군대 하사로 군복무 중인 강원도 양구를 찾았고 그곳에서 동향 선배가 하는 이발소에 들르게 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발 기술을 배워 이발소를 운영하다가 그 후 결혼하여 자녀 셋을 낳아 잘 키웠다. 조 씨는 그 후 이발소를 춘천시 후평동으로 옮겨 주택가에서 40년째 이발소를 운영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먼 친척이 홍천에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노인들이 모두 이발을 하지 못하여 장발이어서 이발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쾌히 승낙하였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20년째 계속해 오고 있다.

조 씨는 요양원의 전속 이발사가 되었으나 돈은 받지 않고 무료로 봉사하였다. 이발소는 대부분 매주 화요일에 휴업하기에 조 씨는 매달 두 번째 화요일에 쉬지 않고 아침 6시에 춘천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이상 걸려 요양원을 방문한다. 7시부터 시작하여 저녁 늦게까지 하루 종일 90여 명의 요양원 노인들의 머리를 깎아주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노인들이 설이나 추석이 되면 자식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머리를 단정하게 보이려고 신경을 쓴다. 그러나 20% 정도는 자식들이 오지 않아 서운해 하기도 한다. 조 씨는 이발을 하면서 노인들과 말동무가 되어 봉사에 보람을 느꼈다고 하였다. 그동안 세상을 떠나신 노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102세였던 노인이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나셨는데 그때가 마지막 머리를 깎아준 셈이 되었다. 

조 씨는 이발사로 평생 서서 일했기에 70세가 가까워 오니 장애로 한쪽 다리에 힘을 주어 발생한 허리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그는 2016년 구정 설을 앞두고 통증이 극심하나 요양원의 노인들이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어 노인들의 머리를 한 분이라도 더 멋지게 이발을 해 드리려고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늙은 부모님을 요양원에 맡긴 자녀들에게 자주 부모님을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털어놓았다. 

김광식 목사<인천제삼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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