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한 가정, 천 명보다 더한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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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목사의 목회 일기 #2

주일은 예배를 분주하게 준비합니다. 막내아들이 온라인 예배를 위한 장비 설치를, 딸은 그것을 페이스북과 밴드에 연동을, 저는 말씀을 다시 한번 되새김합니다. 아직 반주자가 구해지질 않아 예배가 조금 섭섭합니다. 물론 사람의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이긴 합니다. 제가 마이크로 하자니 참 쑥스럽고 또한 찬송가는 아는 것만 잘(?) 부르고 모르는 것은 그저 음치의 극치가 되니 예배하는 공동체에 송구하기도 합니다. 열심히 찬송을 부르고 연습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예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배 전에 남·녀 두 분, 아마도 모자 지간인 듯한데 주말이라 다니러 오신 것 같았습니다. 또 긴장이 밀려왔지만 예배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설교가 거의 마쳐질 무렵에 중년의 젊은 부부 두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설교를 다시 하고 싶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또 속으로 기도합니다. ‘주님 말씀에 집중하게 하시고, 저분들이 오실 분이라면 어떻게든 오시게 해 달라’고. 그렇게 예배를 마쳤습니다. 그분들과 소통하고 싶었지만 또 교회 정관 통과를 위해 공동의회가 있어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단석리에 이사오신 분이라고 하는데…. 그분들은 예배가 11시인 줄 알고 오신 것이었습니다.

부임해 보니 예배 시간이 보통 교회와 달리 오전 11시가 아니라 오전 10시로 되어 있었습니다. 사연인즉, 코로나로 인해 기관에서 자주 교회로 와서 이것저것 점검한다고 하니 예배에 여간 방해가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서 성도님들이 서로 협의하여 오전 10시로 변경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교회 입구에 따로 안내가 없어서 너무 송구하고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당장 간판하시는 분께 연락해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새 신자가 왔을 때 강대상 위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주일 저녁 예배 전 체계적으로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적으로 힘이 있는 교회, 환경적으로 준비된 교회, 조직적으로 체계가 있는 교회, 그런 교회로 세워 나가자고 기도했습니다. 주님, 그분들 다음 주에 다시 보내주세요. 네? (간절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한 주 동안 매일 새벽마다 기도를 드렸습니다. 지난 주에 오신 젊은 부부가 생각나는 주일이었습니다. 오전 10시 40분에 오셨지만 우리 교회 예배가 오전 10시인 것을 모르고 오셔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우리 교회에 등록하고 말고는 두 번째 문제였습니다. 그들이 온전한 예배자로 예배하러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11시가 넘어 교회를 나가셨으므로 다른 교회에서도 예배를 못 드렸을 것을 생각하니 참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내내 기도했습니다. 새벽마다. 그들이 다시 오셔서 예배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한 번만이라도. 그렇게 기도한 결과인가요? 그분들이 이번 주에 오셨습니다. 감동이었고 감격이었습니다. 

그렇게 예배를 드린 후 아내와 함께 담소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교회에 등록까지 하셨습니다. 아주 감동적이었고 은혜였습니다. 그리고 한 주 내내 조마조마하며 기도한 것을 기억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기도만이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이 간증을 나눴을 때, 그리고 함께 소통했을 때, 많은 사람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을지로교회 성도들, 교역자들, 단석교회와 부족한 자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오늘은 장모님이 또한 말씀하셨습니다. 하루도 기도를 뺀 적이 없다고. 저희 장인, 장모님도 목회하시고 은퇴하셨기에 저희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 것입니다. 

저는 참 착각 속에 살았습니다. 저의 기도만이, 부족한 자의 열심만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것은 한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신 부부는 한 가정이 아니라 수많은 기도가 쌓인 천명보다 더 큰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동기 목사

<단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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