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푸틴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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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정교회(Orthodox)의 나라이다. 정교회는 1054년에 동로마지역의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미카엘 케룰라리우스(Michael Cerularius)를 중심으로 분리되었고 예루살렘, 안디옥, 알렉산드리아, 콘스탄티노플의 4대 교구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이 중에서 콘스탄트노플 총대주교는 최고의 수장으로 권위를 행사한다. 

현재 러시아는 인구의 70% 이상이 정교회 신자이다. 푸틴도 독실한 정교회의 가정에서 태어나 형식적으로는 정교회의 착실한 신자로 살고 있으며, 러시아 정교회 최고의 수장 키릴 총대주교는 그의 충실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키릴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지지하는 발언을 하여 서방 세계는 물론 같은 동방정교회의 나라들로부터도 공분을 사고 있다. 

이렇게 세계가 독재자라고 비난하는 푸틴과 가장 성스러운 주님의 공동체인 정교회가 하나가 되어 서로를 지지하고 축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본래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 관할 하에 있었는데, 2018년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청이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독립을 인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러시아 정교회가 크게 반발하였고, 콘스탄티노플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옛 소련연방의 부활이다. 그리고 이를 가로막고 위협하는 존재는 서방의 세력이다. 푸틴은 정치적 야망을 위해 정교회를 권력 유지의 도구로 이용하기 시작하였고, 당근과 채찍으로 다스렸다. 그는 정치적 힘으로 러시아 정교회를 대신하여 가톨릭이나 개신교의 러시아 안의 선교를 막아주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독립은 서방 세력의 농간이라고 주장하며 러시아 정교회의 분노에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특별히 정교회는 서방 국가와 종교가 허용하는 동성애 문제를 극렬하게 반대하는데, 이를 푸틴이 막아주고 있다는 면에서 오히려 정교회의 구세주로 보고 있다. 푸틴의 ‘옛 소련의 부활’과 ‘러시아 정교회의 영광’을 재현하는 목적이 야합하여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또 다른 전쟁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온 세상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가톨릭을 대표하는 교황도, 개신교의 연합체인 WCC도 할 일 없이 전쟁을 지켜만 보고 있다. 정의나 평화에 대한 설교와 신학적 탁상공론이 얼마나 무력하고 쓸데없는 짓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오늘의 현실이 서글프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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