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춘하추동(春夏秋冬)을 노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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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세계 역사를 이끌어온 각계 지도자들은 대개 북반구의 온대벨트에 위치한 나라의 사람들이었다(북위 23℃-48℃ 사이). 다시 말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이 있는 지역에서 자라난 사람들의 지혜와 창의력 등 정신활동이 그만큼 활발했다는 증거다. 실제로 영하 40℃-50℃가 되는 극지방에서 살거나 1년 내내 30℃ 이상의 열대지방에서 세계적인 두뇌집단이 나오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선조들 중 이 사계절을 노래한 사람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1) 윤선도(1587-1671)의 어부사시사(漁夫四時詞)를 보자. ①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드나무숲인가? 노 저어라 노 저어라/어촌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하는구나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맑고도 깊은 못에 온갖 고기 뛰노는구나”(春詞). ② “궂은 비 멎어가고 시냇물이 맑아온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낚싯대를 둘러메니 깊은 흥을 금할 수가 없구나.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안개 자욱한 강과 첩첩이 쌓인 산봉우리는 누가 이처럼 그려냈는가?”(夏詞). ③ “강촌(보길도)에 가을이 되니 고기마다 살쪄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의 물결에서 실컷 놀아보자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속세를 돌아보니 멀수록 더욱 좋구나”(秋詞). ④ “앞에는 유리처럼 맑고 잔잔한 넓은 바다 뒤에는 첩첩이 둘러싸인 백옥 같은 산.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선계인가 불계인가 속세는 아니로다”(冬詞). 각 장 속에 의성어로 후렴구를 넣어 대구법을 사용했다. 고려시대의 어부가와 조선 전기 이현보의 어부가의 전통을 이어받아 어촌의 아름다움과 어부의 흥취를 잘 나타내고 있다. (2) 맹사성(1360-1438)의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를 보자. ① “강호에 봄이 찾아오니 깊은 흥이 절로 난다/막걸리를 마시며 노는 시냇가에 싱싱한 물고기가 안주로다/이 몸이 한가롭게 지내는 것도 임금님은 은혜로다”(春歌). ② “강호에 여름이 찾아오니 초가집에 할 일이 없다/믿음직스러운 강의 물결은 보내는 것이 시원한 바람이로다/이 몸이 시원하게 지내는 것도 임금님의 은혜로다”(夏歌). ③ “강호에 가을이 찾아오니 고기마다 살이 올라있다/작은 배에 그물을 실어 물결을 따라 흘러가게 배를 띄워두고/이 몸이 소일하며 지내는 것도 임금님의 은혜로다”(秋歌). ④ “강호에 겨울이 찾아오니 쌓인 눈의 깊이가 한자가 넘는다/삿갓을 비스듬히 쓰고 도롱이로 옷을 삼으니/이 몸이 춥지 않게 지내는 것도 임금님의 은혜로다”(冬歌). 유교의 충의사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구절) 자연을 즐기며 살아가는 풍류 속에서 임금(국가)의 은혜를 생각하는 충신의 자세를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이황의 <도산십이곡>과 이이의 <고산구곡가>에 영향을 준 강호 한정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시조이며 <청구영언>에 수록돼 있다. 옛날 사람들도 늙지 않고 젊은이로 살고 싶은 마음은 똑같았나 보다. 탄로가(嘆老歌)가 있는 걸 보니 그렇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지 쥐고/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더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우탁/탄로가). 

현대시로 마무리한다. “오월에 눈부신 이슬들은 우리가 사들인 빛나는 가구들/새로 오신 손님의 빛나는 날개/알지 못하는 신기한 눈빛에/자운영꽃은 보랏빛으로 핀다/그녀의 가슴에 단/작은 넝쿨꽃 한 송이가/아침 바람에 나부낀다/자운영꽃이 핀 긴 둑방으로/암수 말 두 마리가 달려간다/자운영꽃이 터진 향기가/열어젖힌 창틈으로 새어들고/말들은 하늘로 날아간다/5월 아침 목장/긴 둑방에 보랏빛으로 뻗어나는/자운영꽃”.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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