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설교냐 정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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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회 초기에 어떤 사람이 충고하기를, “설교 못 해서 쫓겨나는 목사는 없어도 정치 못 하면 쫓겨날 수 있으니 교인 중에 잘 살펴서 오른팔이 될만한 사람들을 측근으로 만들라”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목회가 무엇인데 인간적인 정치가 필요하고 측근이 필요하단 말인가? 내가 교회를 사조직화하려면 측근이 아니라 경호원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목회는 비즈니스가 아니고 사조직이 필요하지도 않다.

교회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럴 때 목회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측근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리고 말씀 준비에 할애해야 할 시간을 많이 빼앗기게 된다. 그 결과 교인들은 말씀에 은혜받지 못하고 문제의 해결은 인간적인 권모술수와 정치적 야합으로 결말이 난다. 정치를 통해서는 절대로 교회가 건강하게 회복될 수 없다. 

오히려 목사에게 목회를 위한 최대의 무기는 정치가 아니라 설교라고 생각한다. 목회자로서 설교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말씀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러므로 목회자로 사는 한 설교를 잘해야 한다. 보통으로 하지 말고 아주 잘해야 한다. 그것도 한 번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잘해야 한다. 잘한다는 것이 말장난이 아닌 교인들의 삶의 변화를 의미할 때, 이는 더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좋은 설교자가 되기 위해 한 가지 원칙을 세워 놓고 있다. 설교는 테크닉이 아니라 삶이라는 생각이다. 좋은 삶에서 좋은 설교가 나온다. 설교를 화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들도 있지만 다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아주 탁 까놓고 다 된 설교를 돈 받고 파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설교자 스스로 양심을 속이고 교인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설교가 삶에서 나올 때 그 설교는 설교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부터 감동을 준다. 그리고 교인들의 많은 문제가 말씀을 통해 저절로 해결된다. 목회자의 제일가는 임무는 최고의 설교로 양들에게 가장 좋은 말씀을 먹이는 것이요, 그 말씀을 통하여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풍성히 얻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진실한 설교자가 줄어들고, 저질 정치꾼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꾼들이 측근을 만들고, 자기 정치를 위해 설교를 도구화하고, 교인들을 정치적 야망의 희생제물로 만드는 데 있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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