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산고(産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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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비교라는 반론이 있겠으나 여성에게 해산의 고통이 있는 대신 남성에게는 군복무라는 짐이 있다. 요즘 와서 여성도 군복무를 하도록 하자는 엉뚱한 소리가 간혹 들리기도 하고 실제로 자원 입대해 전투부대에서 국토방위의 책임을 다하는 여성들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어 군에서의 남녀 구분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지만 여자가 아이를 낳는 일은 결코 남자가 대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세상 남자들은 다 함께 여자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손주가 전방 사단에서 군대 생활하는 것을 보니 우선 복무기간이 (젊은 군인들은 그것도 길다고 느낄지 모르나) 1년 6개월로 옛날보다 훨씬 짧아졌고, 개인 체벌은 말할 것도 없고『단체기합』도 말만 들어봤을 뿐 아니라 군대에서 욕설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하니 그러면 ‘무슨 수로 군기를 잡나’하는 의문이 인다. 어쨌든 군복무하기가 쉬워진 것은 사실인데 반해 여성의 산고는 하나도 달라진 바 없고 어머니, 할머니가 겪은 그대로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최악의 육체적 고통을 뒤로 하고 아이를 낳아 품에 안을 때의 여성의 기쁨을 남편은 ‘공짜로’ 공유한다. 아내와 더불어 자신도 부모의 자격을 얻었으니 세상을 품에 안은 듯한데 그런 충족감과 더불어 전류처럼 아기의 몸과 자기의 몸을 한데 감싸는 정감을 처음으로 경험할 때의 신비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이제 비로소 인간 존재의 완성을 이룬 것이다. 

내가 구독하는 신문은 가끔가다 한 면을 통틀어 신생아들의 사진을 싣고 부모의 짧은 감상문을 올리면서 출산장려 캠페인을 벌인다. 매번 수십 명 어린이들의 사진이 실리는데 눈을 뜬 놈, 감은 놈, 방긋 웃는 아기에 뭔가 성난 듯한 놈도 있어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크다. 엄마, 아빠의 나이와 출생시의 체중도 함께 적혀 있어 살펴보면 의외로 3킬로그램 이하의 아기들이 많고 부모들의 연령은 30대가 대부분이지만 40대에 첫 아기를 낳고 기쁨에 겨워하는 부부도 몇 있다. 

결혼이 늦은 가정에서 출산의 기쁨은 당사자 부부를 뛰어넘어 친가와 외가를, 엄마 쪽에서는 친정과 시댁을 뒤흔들어 놓았을 것이고 이 작은 생명이 자라는 동안 그 여러 사람들에게 안겨줄 즐거움의 총량을 만약 계산이 가능해서 따져 볼 수가 있다면 도대체 얼마치나 될까? 이 대가는 출산의 고통을 크게 초과하는 것이다. 그 엄청난 가치를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기로 작정하는 부부들이 있고 그 수가 늘어가고 있으니 참으로 안됐다. 어떻게 해야 이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출산과 동시에 아파트를 한 채씩 나라가 선물하면 될까?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새 생명을 만들 결의가 서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완전치 못하다. 가난했던 산아제한 시대를 지나와 풍요를 노래하면서 물질적 여유를 아이들과 함께 누리려 하지 않음은 모순된 이기심이다. 아이를 낳아서 어머니가 되는 순간 여자는 가장 위대한 영웅이 된다. 모든 사람에게 어머니는 궁극적인 사랑의 원천이며 대상이다. 처녀 마리아도 성령으로 잉태하였으나 산고를 치르고 베들레헴 구유에 예수를 낳았고 그의 구세주임을 홀로 알고 있었기에 가나마을에서 아들에게 물로 포도주 만들기를 당부했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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