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고아들의 벗, 사랑과 청빈의 성직자 황광은  목사 (3)   불우한 이웃의 벗이던 소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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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자를 사랑하던 어린이 ②

맑게만 살던 순결한 꽃

불우 소년 위한 일 천직이라

자신에겐 소홀, 남의 일엔 최선

인간 바보같을 만큼 욕심 없어

사랑하는 친구, 이제는 잘 가시오. 그 숱한 일, 그 숱한 업적은 길이 남으리다. 백만 성도들 속에, 그리고 수백만 어린이 뼛속에 깊이 남으리다. 그러나 그 좋은 동화, 그 좋은 설교, 그 환한 웃는 모습을 잃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어찌하오리까. 형은 위대합니다. 정말 하늘을 보는 해바라기였습니다. 정말 맑은 데만 보며 맑게만 살던 순결한 꽃이었습니다.

황 형, 이제는 잘 가시오. 아까운 황 형이여, 그래도 너무 아깝고 너무 슬프외다. 그러나 하나님이 하신 일이니 울지 않으리다. 황 형, 이젠 아프지 않지? 이젠 정말 괜찮아… 만날 적마다 “괜찮아, 다 나았어, 다 나았어.” 맥박이 끝날 무렵인데도 형은 웃기만 하면서 “다 나았어! 다 나았어!” 하며 오히려 남아 있는 우리만을 위로하려던 황 형!… 이젠 정말 다 나았지 잉? 화려한 저 천당 맑은 생명수 가에서 아픈 것 다 잊고 우리 주님 품에 길이 안기시오…황 형. 오오 주님, 우리 황 형이 갔어요. 

그렇게도 선한 사람, 그렇게도 순한 사람, 그렇게도 남만 위하던 사람, 그렇게도 천진난만하던 사람, 그렇게도 평화를 좋아하던 화해의 사람, 그렇게도 다능하던 능력의 사람. 주여, 우리 황 형만은 더 좋은 곳에 인도하시고, 더 고운 꽃을 안겨 주시고, 더 기쁜 음악을 들려 주시고, 제일 큰 면류관을 씌워 주셔요. 

오오 우리의 착한 황 목사, 우리의 아까운 황 목사! 오오 황 형, 마지막으로 형의 이름을 한번 더 불러 보겠소. 우리 서로 이마를 맞대고 이지러지게 좋아하던 해바라기 친구들을 비롯한 숱한 벗들과 숱한 교우들과 숱한 형의 제자들 앞에서 말이요. 오오 사랑하는 친구, 우리의 황광은 목사여… 황광은 목사여!

그날 영결식장에서 안성진 목사가 “이젠 정말 다 나았지 잉?” 할 때 참석했던 사람 전원은 소리내어 울었다. 항상 대하던 인품이 새삼 생생하게 살아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괴로움은 조금도 나타내지 않고 끝까지 참고 견디는 사람이었다.

황광은 목사의 친구 가운데 한 명이었고, 뒷날 대한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을 역임한 조덕현(曺德鉉) 목사는 ‘교회연합신보’에 다음과 같은 추도사를 썼다.

천만 뜻밖에도 형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너무나 믿기 어려워서 뛰어 갔었으나, 정녕 형은 영원한 침묵을 지키고 계시는군요. 사랑하는 부인의 비통한 슬픔과 사랑하는 네 자녀들의 빛을 잃은 슬픔, 그리고 형이 생을 바쳐 섬기던 교우들이 둘러서 있는 자리에 엎드린 이 심정은 무어라 말해야 좋으리까.

형의 병세가 악화된 것 같다는 소식을 지난 금요일 저녁에 듣고, 어떻게 해서라도 입원을 시키든지 멀리 가서라도 치료토록 하자고 홍 목사하고 의논했었는데, 이렇게 가시다니 너무나 놀랍고 슬픈 소식이었습니다.

형은 너무나 건강에 무심했어요. 작년 9월 일본에 함께 갔었을 때, 겹치는 피로에 자주 쉬는 것을 보고 건강치 못하다고 이야기했지요. 그래도 항상 하는 말이 “괜찮아. 좀 쉬면 회복하겠지.” 이렇게 자신의 건강에 무심히 지나가면서 누가 부탁하면 사양할 줄 모르고, 남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제 것 주어 가면서 도와주셨지요.

심장이 좋지 못해서 의사의 절대 안정 가료를 명 받고서도 형은 자기 자신을 너무 아끼지 않고, 무리해서 강단에 서고, 원고 청탁을 허락하고, 오는 손들을 대해 주고, 그리고는 피곤해서 마침내 쓰러지셨군요.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내가 쉬지 못할 것 같다면서, 미국 가서 1년쯤 쉬고 오기로 했다고 하면서, 6월에 떠난다고 여권과 비자까지 받고 환송회까지 가졌는데, 이게 웬일인가요. 마지막 모임이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습니다.

병상에서도 누가 찾으면 무리해 가면서 찾아가고 와서 만나게 하여, 병을 고친 것이 아니라 더 악화시켜 버렸습니다. 부인이 그렇게도 염려하면서 충언했건만, 그 소리 듣지 않더니 끝내 가셨군요.

세상에서 가는 날까지 친구 걱정하면서 무엇이든 도울 수 있으면 언제나 기꺼이 도와주고 협력하던 형을 보내고 나니, 슬픔보다도 더한 절망이 앞섭니다. 나에게도 많은 선배 친구들이 있으나 형을 잃은 슬픔은 천하를 빼앗긴 장사의 분노가 앞서니 어찌된 일이요? 간밤을 뜬눈으로 지새고, 이 글을 쓰는 손끝이 떨리고, 내 생에 이렇게 크게 충격받기도 드문가 봅니다.

형은 모든 것 다 주고 갔습니다. 남같이 명예도 지위도 권력의 욕심도 없이 달라 하면 주고, 양보하라면 서슴지 않고 미련없이, 인간 바보 구실한다고까지 극언하면 그게 진짜 바본가 하면서 다른 화제로 돌리던 형은 정녕 가셨군요.

아무래도 나는 목회보다는 불우 소년을 위해 꼭 일해야 하겠다고 하면서 천직으로 알고 그 일을 즐겨 찾아 헤매던 형은 할 일 많은 이 땅에 뜻을 펴지 못하고 가셨으니 원통합니다. 

언젠가 크리스마스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사랑하는 교우들의 정성의 선물을 가져다주면 사랑하는 아이들과 의논해서, 그것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청계천 천막 동네에 찾아가서 나누어주고 와서 기뻐했던 형의 삶을 이제 내가 말해도 형이 나무라지 않으시겠지요.

그렇게 바쁜 시간에도 가끔 아이를 데리고 서울운동장에서 야구 구경을 하고는 아이들이 기뻐하던 모습을 말해주던 좋은 아버지는 이제는 누가 보살필 것입니까.

교회의 분열을 개탄하면서 교회의 일치와 선교를 위해 숨어서 손발이 되어 주셨던 형을 잃은 한국교회는 슬퍼할 것입니다. 사람 하나를 잃었습니다. 참 목사 한 사람도 잃었습니다. 참 좋은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내 둘도 없는 친구 형을 잃고 보니 정말 슬퍼집니다.

그러나 형의 서거를 슬퍼하지만 아니하렵니다. 언젠가 이 눈물을 거두고 형의 염원이 언젠가는 이뤄질 날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의로운 자의 길과 뜻을 결코 막지 아니하리이다. 형은 곧게 살고, 바르게 살고, 성실히 최선을 다해 믿음으로 살다가 가셨습니다.

여기 형의 가까이 하던 분들이 둘러서 있습니다. 마음으로 통곡하는 소리를 들으소서. 원컨대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황 목사님을 위로하시고 그 영혼을 주의 나라에 영접하소서. 그리고 그가 두고 간 그 부인과 유자녀들과 사랑하는 교회를 지켜 주시고 긍휼의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

김희보 목사

• ‘人間 황광은’ 저자

•전 장신대 학장

•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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