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경기도가(京畿道歌)의 향수(鄕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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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우리나라 지방선거에서 선거당일 밤새도록 개표가 진행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불꽃 튀기는 초 접전을 벌인 《경기도지사(京畿道知事)》 선거를 계기로 ‘경기도’에 대한 관심이 새삼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듯하다. 

내가 고향 경기도 광주(廣州)를 떠난 것이 1957년이었으므로 그동안 65년의 세월이 흘러간 셈이다. 오랜만에 미국에서 나온 동생 문 목사와 이런저런 옛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반에 발표된 《경기도가(京畿道歌)》를 함께 흥얼거리게 되었다. 

“나라의 배꼽이요/ 서울을 가져서/ 정치와 산업 교통/ 중심인 경기도/ 우임진(右臨津) 좌한강(左漢江)의/ 팔 벌린 백룡(白龍)이/ 움키는 구슬 같은/ 3시(市)와 20군(郡)// [후렴] 삼랑성(三郞城) 새벽바람/ 송악(松嶽) 푸른 빛/ 유유(悠悠)한 반만년의/ 역사도 길다/ 이새에 생긴 문화/ 일어난 인물들/ 꽃보다 향기롭다/ 별보다 많아라.”

동생도 나도 노랫말을 비교적 잘 기억하여 대부분의 가사를 더듬어 찾을 수 있었는데 가사 본문에 나오는 한 ‘단어’와 후렴에 나오는 한 ‘지명’이 아리송하여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보았으나 그 어디에도 옛 《경기도가》의 노랫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경기도의 행정구역명칭이 달라져 당시의 경기도는 3시(市)와 20군(郡)이었는데 현재는 28시(市) 3군(郡)으로 바뀌었으니 경기도의 천지가 개벽(開闢)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겠다.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경기도청(京畿道廳)에는 그 기록이 남아있으리라 믿고 반신반의하면서 경기도청 홈페이지로 들어가 해당부서의 전화번호를 찾아보았다. 도정(道政)을 총괄하는 ‘총무과’를 찾고 싶었는데 ‘총무과’는 눈에 띄지 않아 ‘상담실’로 전화를 걸었다. 吳 某여성주무관(女性主務官)이 친절히 전화를 받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더니 여기저기 찾아보고 나서 1970년대에 나온 《경기도가》를 일러주었는데 내가 찾는 노랫말이 아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담당자가 잠시 출타 중인데 오후시간에 복귀하면 내용을 확인해서 전화를 주겠다고 하였다. 오후 3시경, 吳 주무관과 다시 전화가 연결되었다. 1950년대에 나온, 내가 찾는 옛 《경기도가》는 기록에 남아있지 않고 어느 직원이 어느 ‘전시회’에 걸려있던 노랫말을 사진으로 찍어 둔 것이 있어 보내겠다고 하면서 메일을 보내 왔는데 바로 내가 찾고 있던 옛날의 《경기도가》였으니 그 내용이 곧 위에 옮겨 적어놓은 노랫말이다.   

내가 궁금히 여겼던 두 단어의 내용이 밝혀졌다. 본문에 나오는 ‘백룡’을 나는 ‘배경’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아마도 당시 ‘백룡’을 ‘백용[배굥]’으로 표기하여 ‘배경’과 발음을 혼동했던 것 같고 또 후렴에 나오는 ‘삼랑성(三郞城)’을 나는 ‘성능사’로 잘못 알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성능사’를 찾아보니 강원도 정선(旌善)에 있는 절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오류(誤謬)임을 알게 되었다. 吳 주무관이 보내준 사진에 나온 지명 ‘삼랑성’은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에 있는 성(城)으로 삼국시대에 신축한 산성(山城)이라고 되어 있다. 

위에서도 언급하였거니와 옛 《경기도가》에 나오는 3시(市)와 20군(郡)에서 당시의 3시(市)는 인천시, 수원시, 개성시였으며 당시의 20군은 신도시 개발로 대부분의 군(郡)이 시(市)로 승격되면서 현재는 28시(市) 3군(郡)으로 경기도의 행정구역 명칭이 크게 바뀌었다. 인천시는 직할시(直轄市)로 승격되어 현재의 28시(市)에서는 제외되었으며 현재의 28개의 시(市)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수원, 성남, 의정부, 안양, 부천, 광명, 평택, 동두천, 안산, 고양, 과천, 구리, 남양주, 오산, 시흥, 군포, 의왕, 하남, 용인, 파주, 이천, 안성, 김포, 화성, 광주, 양주, 포천, 여주 등이고 3군(郡)은 양평군(楊平郡), 가평군(加平郡), 연천군(漣川郡)을 말한다. 

당시 3시(市)의 하나였던 개성시(開城市) 및 개성에 인접한 개풍군(開豊郡)과 장단군(長湍郡)은 미수복(未收復) 지역으로 남아 있다. 여기서 “미수복 지역”이란 8.15해방 당시, 경기도 지역이던 곳이 현재 휴전선 이북에 위치한 지역을 말한다. 한국전쟁이 끝날 때, 경기도 서쪽에서는 휴전선이 38도선 이남으로 조금 내려오고 동부 강원도에서는 38도선 이북으로 조금 올라가면서 서쪽의 개성, 개풍, 장단을 빼앗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본 원고가 《한국장로신문》에 활자화되고 문 목사가 다음 주 미국으로 돌아가서 악보를 만들어 내게 보내오면 정확한 가사와 악보를 吳주무관에게 보내어 역사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데 일조(一助)하고자 한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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