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 잃은 부끄러움’을 어이 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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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는 우리민족이 잊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기념일이 있다. 그 하나는 이 나라를 되찾은 15일, 광복절(光復節)이요, 다른 하나는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겼던 29일, 국치일(國恥日)이다. 광복절이 우리 민족에게 소중한 것처럼 국치일 역시 우리의 역사이므로 우리민족이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기념일인데 우리나라는 근래에 이르러 부끄러운 역사이기 때문인지 국치일은 지키지 않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건전하게 이어가고 또 우리의 장래의 꿈인 남북의 통일을 이룩하려면 우리가 겪었던 지난 고통의 역사를 잊어서는 알 될 것이다. 마음 아픈 역사를 망각하는 개인이나 민족에겐 밝은 내일을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이 어찌하다가 나라를 잃었는지 그 원인의 자초자종을 모른다면 다시 나라를 잃는 불행을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가 국치일을 기억하고 과거를 반성하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의 흑인교회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영혼의 음식’을 먹는 예배의식이 있다고 한다. 이 의식은 외형상으로는 우리 개신교의 성찬식과 유사한 의식이지만 흑인들에게는 매우 깊은 의미가 있다. 자기네 조상들이 노예시절에 먹던 음식을 기억하고 옛날의 그것과 꼭 같은 음식을 먹음으로써 조상이 겪었던 아픔을 직접 몸소 체험하면서 민족애를 고취하고 아울러 자유의 몸이 되도록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옛날 노예생활을 하던 흑인조상들이 백인들이 잡아먹고 버린 돼지의 내장을 흐르는 개울물에 씻은 다음, 역겨운 냄새가 덜 나도록 특정한 풀(草)을 함께 넣고 끓여서 그 국물을 먹는 의식이다. 한 사람씩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집례하는 목사가 떠주는 ‘영혼의 음식’을 받아먹는다. 이 ‘영혼의 음식’이란 짐승들이 먹는 ‘꿀꿀이 죽’과 같은 것인데 그 음식 속에 자기네 조상들의 영혼이 살아 숨 쉬고 있으며 노예 신분으로 짐승이하의 취급을 받던 선조들의 ‘얼과 정기’가 맥맥이 흐르고 있는 그런 음식이기에 그들은 감사와 감격 속에 ‘영혼의 음식’을 먹는 예배의식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흑인들의 ‘영혼의 음식’의 의식이 우리 한국인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우리도 자만하지 말고 겸허한 마음으로 해마다 ‘꽁보리 주먹밥’이나 ‘개떡’과 같은 우리 나름의 ‘영혼의 음식’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공고히 할뿐 아니라, 신앙을 바탕으로 한, 흑인들의 조국애와 민족애를 배워 나아가야 하리라.  

오늘날 세계의 금융과 경제를 지배하는 유태인들은 살림살이 치부책(금전출납부)과 유대인의 성서라 할 수 있는 탈무드를 팔에 끼고 다닌다고 한다. 그리고 2000년 전, 나라를 잃고 세계를 떠돌아다녔던 ‘국치일’을 잊지 않고 밤에는 집밖으로 나아가 노천(露天)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우리가 겪은 국치일은 불과 100여 년 전의 일인데 그날을 잊어버리고 국치일은 고사하고 광복절조차 왜 기념하는지 모르는 중고등학생들이 수두룩하다고 하니 장차 어떻게 저들이 이 나라의 장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지난달 실시된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포함한 보수 세력이 압승하면서 일본은 빠르게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외부 침략을 정당화하려는 속셈을 보이고 있다. 일본제국주의 망령이 다시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우리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전체가 새삼 국치일에 대한 역사인식을 새로이 다져야 할 때라 하겠다. 나라 잃은 부끄러움을 어이 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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