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썩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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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간호협회(ICN) 플로렌스나이팅게일 간호대상 수상자로 대한민국 소록도에서 40여 년 봉사한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가 선정됐다. 구호단체 다미안 재단을 통해 1962년과 1966년에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간호사로 파견된 두 사람은 지난 40년간 어렵고 고통 받는 한센병 환자를 위해 자원 봉사자의 신분으로 일생을 바쳐 헌신했으며 국제 재단(FNIF)이 시상하는 2021년 간호대상을 수상했다. 20대에 소록도를 찾았던 두 간호사는 이제 70대의 노인이 되어, 동료들에게 부담을 줄까 조심스럽게 편지 한 통만을 남긴채 자신들의 고국인 네델란드로 돌아가, 지금은 요양원에서 노후의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그 당시에는 어디에 있는 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동양의 한 나라에 파견되었고, 가족들마저 멀리했던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며 일생을 보냈다. 이러한 사연을 접한 우리는 모두 그들의 헌신적인 봉사와 불쌍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고 지킨 신앙심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이들의 선행을 그대로 따르지는 못해도 그들의 희생정신을 흠모하고 흉내라도 내려는 생각을 다지면서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껴보곤 한다.

사회가 갈수록 혼탁해지면서 남을 위해서 희생하기보다는 극도의 이기주의가 발달하는 현실에서, 보통의 사람들은 외면하고 넘어가는 일도 자신이 맡은 일이기에, 혹은 인간이면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서 참여했다가 어처구니없이 자신의 귀한 목숨까지도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현상을 접하는 경우가 꽤나 많은 현실이다. 특히 비록 자신이 감당할 직책에서 일어난 위험이라도 때로는 이를 회피하고 싶은 유혹이 있더라도 정의를 위해서 또는 당연히 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해결하려다가 안타깝게 변을 당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이는 소방관이나 구급요원 혹은 경찰 같은 직업군에서 비록 자신의 일이라 해도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자세를 보면서 정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비록 살기가 어려운 가운데도 아직은 이웃을 위해 혹은 내가 속한 사회나 국가를 위해 기꺼이 나를 희생하는 한 알의 밀알 같은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고 여겨지면서 그러기에 아직은 이 세상이 살만하다고 여겨진다.

밀알은 크고 작은 구별이 없다. 이는 곧 중요하고 아니고를 떠나 밀알은 우리가 보기에도 그 자체로는 지극히 작지만, 모든 밀알이 충분히 자기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 모두는 한 국가에 속한 지극히 작은 지체에 불과하지만, 나와 같은 작은 지체가 모여 국가가 형성되듯이 그 국가의 구성원은 모두가 국가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욱이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더욱 팽배해지고 있는 현실에서는 우리의 처신이 몹시 중요하다. 한 알의 밀알에 대한 교훈은 우리 모두가 목숨을 바쳐 이웃이나 사회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작은 희생이나 비록 하찮은 작은 일일지라도 남에게 귀감이 될 만한 선행을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런 작은 일, 또한 때로는 남에게 드러나지 않는 행동들이 뭉쳐 이 사회나 국가가 올바르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는 버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한 알의 작은 밀알이지만 정의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썩은 밀알이 되기 위해 헌신해야 할 것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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