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본 삶의 현장] 말씀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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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5천 명을 먹인 후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가 나를 찾아온 것은 빵을 실컷 먹었기 때문이다. 썩어 없어지는 양식을 위해 일하지 말고 영원한 생명을 지탱하는 음식을 위해 일하라. 그런 양식은 어디에 있는가? 하늘의 참된 양식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다. 하나님의 양식은 하늘에서 내려와서 생명을 준 바로 예수님이다. 여기 참 생명의 빵과 잔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있다는 것만 알고 먹지 않으면 참 생명을 얻지 못한다. 예수는 말한다. 나의 살을 먹지 않고 나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이 없다. 내 살이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다. 생명을 주는 것은 영이다. 내가 너희에게 들려주는 이 ‘말씀’은 영이고 생명이다. 

송 목사가 이민 교회에 남기고 떠난 가장 큰 업적의 하나는 전 교인이 영이고 생명이 되는 이 말씀을 공부하게 한 것이다. 이것이 아니었으면 댈러스 한인장로교회는 영적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분열하고 붕괴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는 47세의 젊은 나이로 피로를 못 이겨 세상을 떴지만, 그가 확립해 놓은 ‘평신도 주도의 교회 조직’과 ‘성경공부’는 교회를 더욱 든든히 서서 나아가게 했다. 사실 그가 소천한 후 교회의 설교를 주로 맡았던 여 전도사는 매주 교인 수를 세고 월말마다 당회원에게 보고했는데 몇 가정이 떠났으나 오히려 교인 수가 늘고 있었다. 그녀의 가르침 때문이 아니고 말씀 때문이었다. 

성경공부가 제자리를 잡기까지 그가 목회하는 동안 많은 시일이 흘렀었다. 12시에 예배가 끝나고 10분쯤 도넛을 먹으며 환담하고 있으면 “나의 사랑하는 책…”하고 스피커에서 찬송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면 온 교우들은 헤어져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성경공부 인도자 교육은 수요 예배가 끝난 뒤에 있었다. 처음에는 사업 이야기, 아파트 이야기, 고국 이야기 등으로 꽃 피워야 할 대화 시간을 빼앗는 성경공부 때문에 교인들은 불만이 많았으나 차츰 성경공부에 열중하게 되었다. 말씀은 그것이 바로 생명이며 그곳에 보화가 있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된 것이다. 그림에 떡처럼 보고 있지 아니하고 스스로 보화를 캐는 기쁨을 알게 되는 것 같았다. 나는 1982년 장로로 장립을 받을 때 송 목사에게서 6권으로 된 매튜 헨리(Matthew Henry)의 성서 주석을 받았다. 그 책과 어빙 젠센(Irving L. Jensen)의 낱권 성서 자습서(A Self-Study Guide)는 내가 처음으로 꿀보다 더 단 하나님의 말씀을 알게 하는 길잡이가 되었다. 내가 신앙이 성장하지 않은 것은 목사 때문이 아니고 내가 목마름을 어디서 채워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고 그 말씀을 스스로 먹고 마실 줄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게 참 생명이 여기 있다고 가르쳐 준 사람이었다. 즉, 참 전도를 한 사람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에게서 이상적인 목회자 상을 본다. 목사는 교리를 풀어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교인들이 말씀에 목마르게 인도해 주는 목자다. 

이 성경공부는 덴턴에 있는 북텍사스 주립대학의 학생들에게도 확대되었다. 처음 시작은 매주 금요일 저녁 시간에 대학 강의실을 하나 빌려 학생들이 자녀들과 함께 참석해, 한 학생은 옆방에서 어린애를 돌보고 나머지 학생들은 송 목사의 지도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댈러스 교회의 교인들은 그때마다 따라와서 함께 공부하고 만두나 도넛 등을 가져와서 공부가 끝난 뒤 학생들과 친교했다. 이런 기회가 댈러스 교인들에게는 목사를 따라다니며 참 제자가 되는 훈련의 기회였다. 그리고 그때의 성경공부가 덴턴에 새 교회가 탄생하는 초석이 되었다. 송 목사는 짧고 굵게 한평생을 살고 떠났지만, 그 혼은 죽지 않고 덴턴 교회에, 우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

오승재 장로 

•소설가

•한남대학교 명예교수

•오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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