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톡] 고(故) 김건철 장로님을 추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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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김 장로님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향년 94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떠나가신 자리가 무척 크게 느껴졌다. 사모님이신 엄 권사님을 뵙고 또 한 번 큰 도전을 받았다. 권사님에게서는 변함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늘 그랬듯 권사님의 모습 속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귀인의 단정함이 있다. 아내는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노년의 모습도 권사님 같으면 좋겠다고 했다.  

2001년도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광장교회 이정일 원로목사님과 함께 장로님을 찾아뵙고 몽골문화원의 이사장 자리를 부탁드렸었다. 장로님께서는 하하 웃으시며 흔쾌히 허락하셨다. 호쾌한 거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 후 장로님은 몽골문화원의 이사장으로 오랫동안 섬겨주셨고 그런 이유로 몽골 정부로부터 북극성 훈장과 몽골 국립사범대학의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하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장로님을 중심으로 몽골문화원의 이사님들을 모시고 몽골의 홉스굴 호수로 여행을 떠났을 때다.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바이칼 호수의 상류인 홉스굴 호숫가는 여름에도 게르 안에 난롯불을 지펴야 잘 수 있는 곳이다. 내가 밤중에 잠시 밖에 나오니 장로님께서도 게르 밖에 나와 계셨다. 권사님이 혹시나 추위에 감기라도 걸리실까 걱정하며 땔 나무를 찾고 계셨던 것이다. 어떻게든 어둠 속에서 땔감을 찾으려 서성이던 모습을 뵙고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그날 하늘의 별은 너무도 아름답고 찬란했었다. 게르 안의 권사님을 부르며 하늘의 별을 보라고 부르시던 장로님은 천진난만한 소년의 모습이셨다. 

장로님이 몽골문화원의 직원들과 이사들에게 밥을 사주신 것은 몇 번이었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때로 거액을 몽골학교 후원금으로 내놓으셨고 우리는 오랫동안 장로님의 사랑과 나눔으로 행복하고 감사했다. 십여 년 넘게 몽골문화원의 이사장으로 계셨고 후에는 명예이사장으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주셨다. 장로님을 뵈올 때마다 내 눈이 안 보이는 것을 안타까워 하셨고 아내를 딸처럼 사랑하시며 걱정해주셨다. 

김건철 장로님은 한국교회에 분명히 한 획을 긋는 거인이셨다. 내가 아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하셨다. 그분의 사랑으로 사역하며 살았던 수많은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있다. 그분은 돈을 모으는 부자가 아니라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부자였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부의 의미인지도 모른다.  

거인이 떠나셨다. 대인이 이제 이 땅에는 살아계시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분의 삶과 신앙, 나눔과 사랑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며 한국교회사에 남을 위대한 신앙인으로 역사에 기록해야 할 것이다. 누구보다도 하나님 나라를 사랑하셨고 예수사랑을 실천하셨던 장로님이 그립다. 마치 홉스굴 호숫가에서 보았던 별처럼 빛나던 그분을 보고 싶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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